봄을 대표하는 꽃 진달래. 연분홍색이 화사한 진달래꽃이 그림 속으로 들어왔다. 따사로운 봄날 온 산을 분홍색으로 물들이는 봄의 전령사 진달래 꽃. 꽃 무지개가 고운 진달래가 화폭 속에 들어 왔다. 화가 김정수 씨의 ‘진달래-축복’전에서 보여준 꽃송이들이 서로 어울려 붙어 있는 조화로운 구도. 그림을 감상하는 상춘객들의 마음도 어느덧 봄빛으로 물들어간다. 오직 진달래 그림만 그린 지 20여년이 된 김정수 화백. 물감을 바르고 말렸다가 또 덧바르며 반복하는 과정에서 시골 동네 뒷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 고유의 은은한 연분홍색을 만들어 냈다.
오랫동안 고통스럽고 힘든 출산과정을 거쳐 낳은 아기처럼 힘들게 얻어낸 진달래 색깔. 그 옛날 시골 어머니들이 과일 담던 갈색의 마른 넝쿨로 만든 바구니에 화가는 수많은 연분홍 진달래꽃 송이들을 넉넉하게 수북이 담아 놓았다. 꽃바구니 안에 소복이 쌓아 올리려다 떨어져 나가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진달래 꽃송이들. 과일 담던 바구니에 진달래꽃을 넉넉하게 그려 넣은 이 작품들. 화가는 그 속에 따뜻한 어머니의 정을 새겨 놓았다. 보리밥 먹을 때 고봉밥을 내주신 그 사랑을 그린 어머니의 마음을 화가는 이렇게 화폭에 따뜻하게 담아 놓고 있었다.
이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진달래가 피는 찬란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부른다. 이 말은 영국의 극작가요 시인인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 에 등장하는 시구(詩句)에서 유래했다. 차가운 동토 속에서 다시 봄이 되어 힘든 삶의 세계로 들어와야 하는 생명체들의 고뇌를 묘사하고 있다. 동토속의 겨울은 차라리 평화로웠지만 다시 움트고 살아가야만 하는 4월은 어쩌면 괴롭고 잔인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살기위한 투쟁 속에서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세상사는 사람들의 인간관계의 이치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갈등이 있고 때로는 서로 심하게 다툰다 해도 죽은 듯이 사는 것보다는 살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
살기위한 투쟁이란 말을 곱씹어 보면, 획일적으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다양성을 제시하고 개성을 키워야할 교육 현장은 똑같은 인재를 길러내는 복제공장이 되어 있고, 정해진 교과서 읽기를 강요하고 동일한 역사 교육을 받게 하고, 젊은이들에게는 누구나 획일적인 스펙을 요구하고, 예측 가능한 사회 속에 순응하길 요구한다. 보편적인 다수와 가는 길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이 다르면, 틀린 것이고 보스를 배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한다. 나의 생각이 당연히 옳고 너의 생각은 무조건 틀렸다는 보스의 획일적인 생각. 이것이 바로 오늘날 복제화된 한국사회 속의 서글픈 우리들의 모습이다.
보스의 잣대로 자행된 밀실 학살공천, 옥새파동으로 쫓겨난 분노한 민초들이 민중의 성원으로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 보스는 청기와 집 대청마루에서 뒷짐을 한 채 다시 돌아온 자식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하인들에게 ‘소금뿌리고 대문 밖으로 내쫓아 버리라’고 할 것인가.
내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느끼는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복제된 그들 속에 함께 있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우리들 인생은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진달래 꽃바구니 밖에 따로 떨어져 누워 있는 진달래 꽃송이들이 유난히 애처로워 보인다. 이 사랑스러운 꽃송이들을 두 손에 고이 담아 꽃바구니 안의 빈자리를 찾아 올려놓고 싶다.
연분홍 진달래가 만개하는 찬란한 4월의 이 봄이 민초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잔인한 봄이 아니었으면 한다.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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