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서 악화되는 건망증을 호소하며 필자를 찾아 온 78세 여성 환자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진행하고자 한다. 환자에 대하여 요약하자면 환자의 기억력 감퇴(memory loss)는 약 1-2년 전부터 시작되어 방문 얼마 전에는 주치의로부터 치매(dementia)진단을 받게 되어 최근부터는 이에 대한 치료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였다. 함께 방문한 가족에 의하자면 환자의 단기 기억력(short-term memory)이 최근 매우 눈에 띄게 떨어져, 이로 인해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데 어려움을 보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주목한 환자의 증상 가운데 한 가지는 걸음걸이의 이상(gait disturbance)이었는데, 이 증상은 공교롭게도 환자의 건망증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환자는 심한 어지럼증도 호소하였으며, 이 또한 환자의 보행 장애를 악화 시키는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하였다. 환자의 가족 가운데 환자의 어머니는 알쯔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과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으로 진단 받았으며, 헛것과 헛소리가 들리는 환시(visual hallucination)와 환청(auditory hallucination) 증상이 매우 심하였다고 하였다. 계속하여 필자가 시행한 환자의 인지기능(cognitive function) 검사에서는, 환자의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us examination, MMSE)는 30점 만점에 27점으로 정상이었으나, 함께 시행된 레이-오스테리에쓰 검사(Rey-Osterrieth Complex Figure Test)에서는 매우 심한 시공간 지각력(visuo-spatial ability)의 장애를 가지고 있음으로 판정되었다. 또한 신경학적 검사(neurological examination) 소견으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을 시사하는 가벼운 경직 상태(rigidity)와 손 떨림(tremor) 증상이 오른쪽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흥미로운 진찰 징후로 환자는 머리 위로 눈을 치켜 뜨는 동작(upgaze)을 할 수 없었다.
계속하여 여러가지 신경학적인 검사들을 통하여 환자의 상태는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치매증후군의 하나인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multiple systemic atrophy)’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이 글을 읽고 독자들 가운데서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라는 병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 독자는 매우 드물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퇴행성 뇌 질환(degenerative brain disorder)은 최근의 한 연구에서 밝혔듯이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사람들 가운데 약 10%에 있어서는 후에 파킨슨병이 아닌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이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 추세에 있는 신경 질환이다.
문의 (703)277-3360
<임정국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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