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상징으로 불려온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각계각층과 소통을 잘 이룰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선언했다. 어제 국내 45개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사실 그동안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며 “대통령이라도 할 수 없는 게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는 “나중에 임기를 마치면 엄청난 한이 남을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친박계에 대해 “나는 친박계를 만든 적이 없다. (후보)자신들이 자신의 정치를 위해 마케팅을 한 것뿐”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 등을 향해서는 “나는 과거 국회의원 선거 때 온힘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고 말한 후 “그런데 (그들이 당선된 후) 자기 정치를 하면서 대통령을 힘들게 하는데 비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거를 “정권심판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권심판이라기보다 국회심판으로 받아들인다”고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밝혔다. 싸우기만 하는 2당 체제에 신물이 나 국민들이 3당 체제를 택한 것이 이번 총선의 변화라는 것이다.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대통령의 변화된 모습과 국민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이 듣기를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했다. 소통이라기보다는 하소연이었다. 공천 파동과 국정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에 대해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친박 파동도 나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매듭지어 버렸다.
새누리당 원로회의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뭐라고 말했는가. “모든 책임은 청와대로 가게 돼 있다. 대오각성과 새로운 변화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새누리당의 참패에는 내 책임도 크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국민들의 마음이 좀 풀리면서 소통이 되었을텐 데 박 대통령은 여전히 국회 심판론에만 매달렸다.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 있느냐. 나는 밤새우며 나라를 걱정 했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아 아무 일도 할수 없었다. 내가 변할 일이 아니라 국회가 변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다.
박 대통령은 너무 옳고 그른 것에만 매달려 있다. 리더는 상대방이 옳지 않더라도 끌어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그와 같은 정치력이 없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해야 하는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강조한다. 이러니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대통령인 제 책임 입니다. 친박이고 뭐고 다 해체 하겠습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과거 좀 섭섭한 것이 있었지만 잊어버리고 그가 정부에 입각해 일할 수 있다면 그것도 고려하겠습니다. 새누리당과 저는 새로 태어나겠습니다. 말로만이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더라면 “와- 박근혜 정말 변했네. 스타일이 확 달라졌어. 역시 박근혜야”라는 칭찬을 받았을 텐데 “혹시 했는데 역시로군. 박 대통령은 변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인상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다. 수많은 난관을 박근혜 대통령의 힘으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새누리당이 자생력이 없는 정당이 되어 버렸다. 당이 청와대의 하부기관처럼 수직관계로 변해 버렸다. 위기가 오면 모두 박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며 신의 한수를 기대한다.
지금 국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간 마당에 민심마저 이반된다면 여당 내부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슬슬 터져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별일이 다 터지는 법이다. 이것이 레임덕 현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선거결과를 정권 심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박근혜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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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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