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에서 뭐가 가장 인상적이었니?”
옐로스톤에 다녀온 손주들을 데리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할아버지가 물었다. “매드맨 사건요. 옐로스톤서 만난 코리안이에요.” “그런데 왜 매드맨이야?” “그 사람이 엄마 아빠한테 미친 듯이 막 덤볐거든요.”며느리가 설명을 한다.
“가는 데마다 손대지 말라고 써있는데 한국계로 보이는 두 아이가 계속 만지며 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얘들아, 만지지 말라고 써 있잖니?’ 하고 제가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 애들 아버지가 노발대발해서 네가 누군데 남의 애들한테 그러느냐? 넌 얼마나 잘났냐, 잘못했다고 당장 빌어라, 하는 거예요. 까딱하다가는 큰 싸움 나겠더라고요.”“그뿐 아녜요. 나쁜 소리(?) 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는데 우릴 죽일 것 같았어요. 어찌나 겁나던지!” 손자의 말. “아범이 나서서 미안하다, 잘못 만졌다가 혹 애들이 다칠까 걱정돼서 그랬을 뿐이다, 하며 달래서 겨우 무마했어요.”그리고는 한참 후 주차장에 갔더니 그들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자기네를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하는 소리를 계속해 가면서 다시 덤비겠지요. 아마 총이 있다면 총질도 했을 거예요. 우리도 코리안이지만 어찌나 창피스럽던지요. 아범이 ‘미안합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우리 잘못이 큽니다,’ 하자 수그러들어 그 자리를 뜰 수 있었어요.”며느리의 말 이해하고도 남는다. 종종 길에서, 식당에서, 아니 어디서든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 그래도 그 아이들한테 뭐라 말 한마디 하는 어른이 없다. 오히려 봉변당할까봐 겁나 슬슬 피하는 형편이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초만원이었다. 기다리는 입구조차 꽉 차서 옴치고 뛸 수가 없다. 예약하고 왔지만 그래도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7시 예약하신 미스터 김 일행 여섯분 다 오셨어요?” 웨이트리스가 묻는다. “아니, 똑같은 질문을 30분 전에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물으면 어쩌자는 거요? 사람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하며 한 노인이 큰소리를 친다. 김씨라고 한다.
낯이 뜨겁다. 손자 녀석이 날 쳐다본다. “저 사람 코리안 맞지요, 할머니?” 하는 질문이 아이 얼굴에 가득하다. 그 사람 얼굴에 우리 모습이 자꾸 겹쳐 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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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혜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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