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흔히 보아온 정열적인 삼바 춤과 무절제한 쾌락, 탐닉의 대명사로 알려진 사육제 때문에 브라질은 많은 관광객들의 인기 높은 행선지다. 그런 브라질이 최근의 정치위기로 세계적 뉴스거리가 되었다.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59)가 4월 17일 하원에서 탄핵되어 상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4년 후에는 재선에 성공했던 호세프는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잘못한 게 없고 양심에 떳떳하다”면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불의에 맞서 싸울것”이라고 역설했다는 것이 BBC등 외신의 보도다.
그런 싸움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그가 압력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임은 그의 배경으로 보아 짐작이 간다. 1964년에 군부 쿠데타가 성공하여 군정이 진행 중이던 1967년에 20세의 대학생으로 사회민주의자당에 가입했던 호세프는 1년 뒤에 ‘민족해방사령부’에 가입해서 반정부 무장투쟁을 벌인다. 1970년에 군부에 체포돼 고문을 당하면서도 조직의 비밀을 지킨 결과 2년간 옥고를 치룬 그는 어느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마치는 학구파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지방정부의 경제공무원으로 일했던 호세프는 2002년에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반의 노동자당에 입당해서 룰라의 대선 성공에 기여했고 그 결과 룰라 정부의 에너지부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했다가 그를 승계했던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2014년 대선기간 중 국영은행의 자금을 재정적자감축과 서민복지정책 등 공공지출에 전용했다는 혐의로 재집권 직후부터 야당들의 집중공세를 받아오던 것이 탄핵으로까지 번졌다. 거기에 더해 인구가 2억600만에다가 라틴아메리카 경제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세계 제7위 경제대국인 브라질이 미국발 경기대침체의 여파와 아울러 저유가와 원자재의 국제가격급락을 겪어 실업율이 9.5%로 상승했기 때문에 300만 군중으로 추산되는 반정부 데모까지 있을 정도라서 현직 대통령이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의 2015년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8%로 25년 만에 최악이라는 점도 탄핵 움직임에 기여했을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유로는 국영 오일회사가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유명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어온 관행이 용기있는 검사들에 의해 조사되고 폭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임대통령을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악수(惡手)를 둔다. 룰라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받을 가능성을 대통령 직속직책에 둠으로써 차단해 보겠다는 술수를 쓴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제 몇 달 있으면 하계올림픽이 개최될 판국에 브라질의 정치혼돈 상황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호세프 지지자들은 탄핵 추진세력이 룰라와 호세프 정부의 서민복지 프로그램과 대기업 규제 등 좌파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와 기득권층의 반격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현행헌법에는 호세프가 탄핵되면 부통령이 승계하도록 되어 있지만 부통령 자신도 부패혐의로 탄핵받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 거의 60퍼센트에 가까운 국민들의 여론이라는 보도가 브라질의 진퇴유곡을 잘 묘사한다.
한편 경제가 나빠지니까 레알화의 가치도 폭락하여 국민들의 생활이 더욱 피폐해진다. 얼마 전에는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다.
극심한 경제난이 부유층과 서민층 모두를 힘들게 한다지만 서민들의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지는 사설에서 호세프가 사직해서 새 선거를 시행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훈수를 두었다. 그런 경우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니까 브라질 정국은 시계 제로상태로 당분간 지속될 듯싶다. 관광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그리하던지 아예 ‘방에 콕 박혀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의 줄임말인 ‘방콕’으로 만족하던지 해야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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