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느 수녀님이 아직 살아계셔서 한국을 방문했다는 한국일보 기사를 접하고 윤 회장 생각이 났다. 2005년 11월 초 윤동주 사상 선양회 워싱턴지부 회장이었던 고 윤석철 회장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룩까지 마리안느와 마가렛트 수녀를 찾아갔다. 70이 넘은 사람이 험한 산골길을 8시간이나 운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두 수녀님은 1995년 11월 어느날 낡은 가방 하나씩만 들고 돌아가면서 “이제 몸이 늙고 병들어 돌아간다”며 편지 한 장 남기고 조용히 평생을 헌신한 소록도를 떠난 진정한 봉사를 실천하신 분들이다. 오스트리아 부녀회의 후원으로 결핵병동을 지었고 물리치료기도 구입해 환자들의 재활을 도왔다. 온 세상이 외면한 한센씨 병 자녀 보육 사업과 자활 정착 사업에도 전력을 다 하였다는 두 수녀님은 진정한 봉사는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 주셨다.
그렇지만 많은 단체에서 상을 주려고 해도 모두 거절하였다. 그러나 윤동주 사상 선양회 평화상은 오스트리아 인스부룩까지 찾아 간 성의에 감복하여 승락하셨다. 한국 소록도도 아니고 오스트리아의 산골까지 찾아 간 성의가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윤석철 회장 처갓집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어서 그곳을 방문하는 길에 두 수녀님이 계신 인스부룩까지 간 것이다. 수녀님들은 기자가 아니라서 만나준 것이라며 자기들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눈치였다.
먼길을 찾아가서 당일 돌아 올 수가 없기에 하루저녁 묵을 호텔을 찾았으나 자기 아파트를 내어 주어서 하루 저녁 신세를 졌다. 처음 만난 윤 회장을 동생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침실도 따로 없고 침대도 없는 스튜디오에 소파를 펴서 베드를 만들어 손님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본인은 동생 수녀 아파트에 가서 자고 다음날 왔다.
마리안느 수녀는 한국에서 장 수술을 3번이나 해서 그 때까지도 몸이 불편해 했다. “죽는날 까지 소록도에서 일하고 그곳에 묻히기를 바랐는데… “하시며 눈시울을 적셨다. 두분이 얼마나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하시는지, 소록도 환자들을 잊지 못하고 계시는지를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아파트 한쪽 벽에 한지에 본인 스스로 쓴 듯한 글씨로 무욕(無慾) 무심(無心) 무상(無常)이라고 한자로 써 있었다. 어떵게 살아야 할지를 마음에 새기게 했다. 소록도에서 어려운 여건에서 어떻게 그 긴세월을 봉사하실 수 있었느냐고 물어 보았을 때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고 다만 “많은 사람들이 도와 주어서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심으로 겸손하게 봉사하신 존경심이 가는 훌륭한 분들이다.
처음 윤동주 평화상을 언급했을 때 즉시 거절하셨으나 “승락하실 때 까지 돌아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다시피 하여 승락을 조건부로 받아냈다. 즉 사진은 신문에 내지 말고, 상금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병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를 선정해 기증한다는 조건이었다.
수녀님들은 검소하게 생활하고 계셔 옷장에는 몇 벌 안되는 옷이 전부였고 부엌은 너무 좁아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작은 아파트였다고 윤 회장은 전했었다.
고 윤석철 회장은 검소하고 겸손한 분이었다. 부부가 의사지만 자동차는 연비가 좋은 아주 작은 차를, 미팅은 그리 비싸지 않은 곳을, 옷은 검소한 양복을 선호한 분이었지만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수녀님을 만나고 와서는 더 겸허하게 살다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병원에서 의사로서 충실히 근무하다가 본인이 죽기 전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여 저 세상에서 만나자고 작별 인사를 하고 스스로 이 세상을 홀연히 떠난 기인 같은 분이었다. 이런 분들이 암흑같은 이 세상을 밝혀주는 등대다.
<노세웅 워싱턴 윤동주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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