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노인세대를 절대로 봐주지 마라.’
첫마디만 들어도 이런 괴이한 발언이 있을 수 있나, 노인을 폄훼하다 못해 인륜과 패륜을 뛰어 넘어 사회적으로 ‘공분’을 면치 못할 말이다.
2014년 신년에 한겨레신문은 ‘어른’ 한분과 신년 인터뷰를 하였다. 그는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니까 인터뷰당시에 80세가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다. 지금 효암학원은 경남 양산에 있는 학교법인이다.
‘어버이’라는 말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고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고운 우리말도 썩 드물 것이다. 생물학적인 부모님보다 사회적이요, 문화적인, 거기다 철학적인 의미도 함께 깃들어 있어서 쉽게 범접하지 조차 못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한국적이요 구성원 모두가 지키고 받들어야 할 그 말이 지금 사람들의 입에 난도질을 당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어버이 연합’이라는 단체가 전경련으로부터 2012년 2월부터 3년간 5억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서 각종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 마다 ‘관제데모’를 했다고 한다.
한국의 관제데모는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승만은 얼마나 대중이 어리석은 지를 알고 대중심리를 철저하게 역이용했다. 전쟁 중에 직선으로 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는 2년이 지나자 그동안 두 번만 하기로 되어있던 헌법을 ‘사사오입’으로 고쳐 ‘3선’할 수 있도록 고쳤다. 박정희의 ‘유신헌법’같은 성격이다. 그 어두울 때도 알만한 사람들은 벌써 개헌과정부터 그 속내를 알았다. 이승만 자신이 생각해도 부끄러웠던지 1956년 5월15.일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정·부통령 후보로 이승만, 이기붕이 선출되자 느닷없이 나이 많고(81세), 통일을 못 이루었다는 이유를 내세워 ‘대통령 불출마 선언’을 해버린다. 온 나라가 난리가 나버렸다. 20여일간 450만 명이 불출마를 접으라고 ‘읍소’를 하고, 마침내 우마차까지 800대가 동원되어 서울시내 거리가 소말똥으로 뒤범벅이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주로 재벌들이 그 회원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좀 더 내서 없는 사람들도 더불어 같이 살자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청와대는 어찌된 영문인지 몇사람의 법인세를 오히려 깎아줄려고 하니 전경련은 그런 청와대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같은 돈 2만원에 우리의 ‘어버이’들이 그렇게 데모대에 동원이 되고 있었다.
아는 걸로만 세상을 살아간다면 박사들이 모든 걸 해야 하고, 나이 35세가 넘으면 더 이상 ‘탐구’나 ‘창조’에 대해서는 그 능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되겠지만 ‘지식’과 ‘지혜’의 영역은 그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또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 귀가 시릴 정도로 많이 듣고 또 보아왔다. 정말로 많은 부분들을 내려놓아도 추해지는 모습을 스스로는 전혀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늙고 병든다. 그리고 죽는다.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할 시기가 다가오면 살아왔던 동안의 ‘지혜와 명철’을 ‘후회와 탄식’으로 바꿔 보내지는 말 일이다.
1973년 기준 전국 10대 거부가 됐으나 그 동안 모은 재산을 종업원과 사회에 분배 정리하고 그래도 남아 있는 돈으로는 군사정부에 핍박받는 민주인사들에게 아낌없이 후원해준 효암학원 채현국 같은 어르신들도 계셔서 그나마 나라가 망조 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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