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많은 매물이 나오는 5월에 접어 들었는데도 매물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인 한 분이 이야기 한다. “어떤 매물을 찾으시는데요?”하고 묻자 그 분은 “아니 어떤 매물을 특별히 찾는 것은 아니고요. 이 맘때면 우리 동네에도 부동산 회사의 ‘포세일’ 싸인판이 붙는 집들이 많았었는데, 올해는 경기가 나쁜가해서요.“라고 대답한다.
사실 포세일 싸인판은 해를 거듭할 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픈하우스’ 싸인판도 마찬가지이다. 포쎄일 싸인판을 달기와 한아름의 풍선을 올린 오픈하우스 피켓 꼽기도 더이상 리스팅 에이전트의 첫번째 과제가 아니다.
또한 요즈음에는 부동산 세일간판을 앞마당에 세우는 것을 꺼려하는 셀러들도 늘어 나는 것 같다.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내 집이 나온 것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누군가가 내 집을 항시 기웃거리는 기분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시대에 마켓에 나와 있는 집을 부동산 간판으로 찾아 다니는 바이어들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타당성이 있는 말이다. 포세일 싸인판은 아나로그 시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택 판매의 도구 중에 하나였다. 원하는 동네에 어떠한 집들이 마켓에 새로 나와 있는지를 알기 위한 바이어들은 동네 어귀에 꽃힌 화살표 세일판을 따라 가며 마켓에 나온 집들을 확인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바이어들은 앉은 자리에서도 컴퓨터로 천리를 보고 있다.
아나로그 시대의 바이어들은 그들이 고용한 바이어 에이전트의 차에 올라 에이전트가 보여주는 순서대로 집들을 구경하고 다녔었다. 판매하려는 집 안에 배치된 부로셔들을 픽업해서 집을 본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두기도 했다. 집을 다 본 후에 어느 집이 어느 집인지 서로 혼동될 염려에서 였다.
아니로그 시대의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드라이버와 관광 가이드처럼 손님을 모시는 날의 일정을 짜야 했다. 리스팅을 선별한 뒤에 지도책을 펴고 각 주택의 방문 순서를 정했다. 그리고는 정해진 루트대로 한 집 한집 꼼꼼히 살펴보며 한나절을 같이 보내는 것은 예사였다. 가격대만 비슷하면 마켓에 나와 있는 모든 집을 다 보던 시대라, 한 사람이 100채를 넘게 보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발품을 팔아야 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의 바이어들은 그들의 책상에 앉아서 마켓에 나와 있는 모든 집들을 본다. 마음에 드는 주택의 비디오와 수십장에 달하는 인테리어 사진, 플로어 디자인 등도 살펴 보며, 발로 가서 직접 보고 싶은 주택들을 스스로 선별해낸다. 얼스맵을 클릭해서 하늘에서 동네를 한바퀴 돌고, 카운티 싸이트의 지적도를 찾아 주택이 앉은 방향과 이웃 집과의 거리도 확인해본다. 무조건 많은 집들을 보고 난 후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것은 옛 말이 되어 버렸다. 디지탈 시대의 바이어들은 그들의 책상에서 이미 반이상의 마음으로 결정된 집 만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매 주택 싸인판의 숫자와 집을 방문하는 바이어들의 숫자로 주택 경기를 판가름해서는 안된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어들과 셀러들은 오늘도 온라인에서 승부수를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문의 (703)625-8500
<그레이스 김 Grace Home Realty &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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