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올림픽가에 줄줄이 늘어선 대형버스들이 LA 한인타운 풍경의 하나로 굳어진 것은 이미 오래다. 남가주 곳곳의 카지노로 향하는 이른바 ‘도박 버스’들로 매일 30여대의 버스가 실어 나르는 승객의 대부분은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노인들이다.
카지노행 버스들로 인한 폐해가 도박중독에서 버스전복사고, 불법주차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드러나면서 주차금지 단속 등 대처가 시도되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채 한인타운 내 도박 버스 운행은 벌써 10여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 초 LA타임스는 10년 전 “길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을 쐬기 위해” 카지노 버스에 올랐다가 “짜릿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 슬롯머신에 빠져 예금과 생활비를 쏟아 부으며 이제는 고정 승객이 된 80대 한인 할머니 오모씨의 도박 나들이를 1면에 보도했다. 3년 전 LA 한인타운에서 ‘경로당’으로 불리던 불법도박장들이 적발되었을 때 대다수 고객이던 노인들은 “갈 데 없는 노인들이 모여 소박하게 즐기는 오락”이라며 단속에 항의했었다.
도박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 잠깐의 기분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노인의 무료한 삶에 스릴을 느끼게 하는 자극을 주고 암 환자가 통증을 잊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든다. 마약 중독 못지않게 강한 것이 도박 중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박에 발을 들인 후엔 “돈을 잃으면 빌리고, 또 빌리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웰페어를 도박판에서 다 날리고 사채를 얻어 쓰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고 경찰도 설명한다.
“푼돈 쓰는 소일거리”라며 경계심 없이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바람 쐬러 들렀다 5만 달러 이상을 날린 오 할머니는 아직도 소셜연금을 쪼개 넣으며 여전히 발을 못 빼고 있다. 아들에게도 친구에게도 쉬쉬하는 떳떳치 못한 비밀이다.
도박중독의 피해는 누구에게나 심각하지만 정부보조금 받아 살기 빠듯한 노인들에겐 중증이 아니어도 그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대책이 절실하다. ‘소박한 놀이’나 ‘가벼운 기분전환’이 될 노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노인센터 등이 늘어나면 도박에 기웃거리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노인들 각자가 말년의 패가망신을 초래할 도박의 위험성을 자각하는 것이다.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것은 ‘도박 버스 추방’을 위한 커뮤니티 차원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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