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의 시청률을 갱신하고 수많은 이들을 어남류와 어남택으로 나눠 싸우게 했던 ‘응답하라’ 드라마를 봤다. 처음에는 그냥 88년도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중간에 '한 지붕 세 가족'의 가족이야기로 나가더니 마지막은 '인간극장'으로 눈물 콧물 흘리며 삶을 돌이켜보게 만들면서 끝이 났다.
내 삶의 반이 결혼생활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청춘들의 이야기보다는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그들의 부모님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끌렸다. 친정과는 태평양을 두고 지내 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철없이 남편 따라 신나게 미국으로 왔다. 하지만 울면서 남편에게 나를 부탁했던 엄마는 내가 잘 산다고 해도 항상 뭐 필요한 거 없는지 묻고 챙겨주셨다. 물냉면을 먹고 싶다는 말에 꽁꽁 얼려 아이스박스에 담아 오셨던 친정엄마다.
미국에 와서도 일하는 딸 편하게 해주려고 하루 종일 반찬 만들어 주시고 집안 정리를 해주셨고 혹 쉬는 날에 놀러가자고 해도 그냥 집에서 쉬자고 하시던 친정엄마다. 그저 기대기만 하던 내 엄마도 여자이고 누군가의 아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 때는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젊은 아내였고 젊은 여성이었다. 이제 일흔이 다 되어 가는 친정엄마의 그 젊은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서 보게 된 것이다. 가장으로서 자신의 꿈을 뒤로 하고 가족을 위해서만 일하던 친정아빠의 젊은 날의 모습도 봤다.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드라마처럼 같은 동네에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한 동네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서로 사기치고, 눈 맞아 바람나고, 알고 보니 이복동생이고 하는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닌, 전원일기 같고, 한 지붕 세 가족같이 순수한 마음을 나누는 주인공들처럼 지낼 수 있어 감사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기억하는 세대로서 그 시대를 순수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이 친척 하나 없이 남편과 아이만 있는 이곳에 있음을 드라마를 보면서 더욱 고맙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드라마의 마지막처럼 우리 모두 이 곳 에지몬트를 떠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서로의 언니와 동생이 되면서 이국땅에서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면서 즐겁게 살 것이다. 갑자기 부모님이 내 부모님이신 게 고맙고, 아들이 나의 아들인 게 감사하고 못난 나를 친구로 아껴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게 해주었다.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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