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름이 하도 생소해서 우선 인터넷을 열어봤다. 인터넷 조회수가 하루 동안에 만 10만건이 넘었다. 종이신문과는 다른 특성 때문에 주류언론 3사의 유료구독자 숫자인 300만 숫자와도 비견되는 ‘옥바라지 골목 철거’ 소식은 순간 나의 수많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뒤섞여 버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종로구에 속해 있지만 과거 ‘서대문형무소’ 그러니까 무학터널을 바라보자면 오른쪽 건너편의 무학동 옥바라지 골목 재건축 철거현장에서는 철거 용역업체와 주민들간의 울부짖음과 실랑이가 오가는 소란스런 상황과 현직 서울시장이 ‘공사중단’을 지시하는 짧은 화면이 사실의 전부였다.
왜 ‘옥바라지‘ 였을까?’ 연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형무소가 생기고 죄인(?)들이 입주하고 그 죄인들의 가족들이 안에 수감된 죄수들의 바깥 일들을 대신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 바로 ‘옥바라지 골목’이었다. 김구 선생의 어머니를 비롯한 독립운동가 가족, 군부 독재시절 민주인사들이 투옥되었을 때 이곳에 머물게 되면서 형성되었던 곳이다. 골목은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현장이고 슬픔과 아픔의 장소로 허름한 여관들로 이뤄진 그곳은 보존가치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곳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시 전역에 불어 닥친 재개발 열풍에 예외가 될 수 없었고 그 때 조직된 재개발 조합에 의해서 이 골목은 이제 거의 철거되어버렸다.
겨우 3~4가구가 남아 있어서 기계로 한 두시간 밀어버리면 으레껏 그래왔듯이 쥐도 새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일에 법적인 절차가 없이 진행되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400여 가구 중에서 이제 서너가구만 남아 있다는데 남아있는 분들이 더 ‘문제’라고 보는 일반의 시각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현직 서울시장이 법 집행을 중단하게 했던 일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하고, 소외받고 힘없고 목소리 작아서 하소연 할 곳이라고는 없는 철거민 입장에서 본다면 생각해 볼수록 ‘구세주’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재개발이나 유적지 현장의 개발공사의 사후 결론을 보면 역사적 보존가치 보다는 항상 개발논리가 우선했다. 물질과 정신의 싸움에서 정신, 즉 인간이 밀려나고 자본에 의해서 파괴되기 일쑤였다. 익숙해져버린 재개발현장에서 갈등과 대립의 해결방법에서 ‘대화’는 끼어들 여지가 없었고, 힘과 물리적 강제만이 유일무이한 해결책이었다. 약자의 논리는 철저히 무시되기 일쑤였고 ‘법과 권력’은 항상 자본가의 편에 서있었던 것도 이제는 되물어 볼 사안 자체도 되지 못했다.
힘 있는 자의 양보나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어거지’로 거의 외면 당했다.
아무리 억울한 조건과 제안이라도 재빨리 이런 속성에 붙어버리고 발 먼저 빼버리는 게 현명하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원래 이런 일일수록 1천만이 넘는 서울특별시의 시장이 달려 들 사안 자체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문제해결 방식 하나로도 서울시가 지향하는 ‘민생’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가 있다. 선거때만 되면 시장 통에서 떡볶기 사먹고 사진이나 찍기에 바쁜 분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여차하면 곡괭이 자루가 난무할 뿌연 철거공사판에 비서하나 데리고 ‘합의된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는 이런 지시야 말로 이른바 ‘높은 사람’들에게서는 흉내조차 낼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이런 거칠은 화면과 편집도 안 된 내용들에 공영방송의 방송용 카메라는 오히려 어색할 듯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잘살아보고 싶지 않는 사람 어디에 있겠는가,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거나 더불어 살 수만 있어도 불만이 누그러질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여과 없이 보여 준 사례라고 보여진다.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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