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를 보니 반 총장이 참석하는 만찬에 초만원이 됐다느니, 또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그분과 함께 하려는 그룹의 사람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이 모든 걸 이해하려하나 석연치 않음은 왠일일까? 더욱이 반 총장의 권력의지가 101%라고 어느 누군가 했다는데 만에 하나라도 반 총장의 의사가 담겨 있다면 반 총장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결코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반 총장과 같은 길을 걸어올 후배들에게 아주 나쁜 교훈을 줄 것 같음은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 인간으로서 그 화려한 경력이면 능히 족하지 않을까 싶다. 욕심이 발동해 본인의 의사는 그렇지 않은 데 주위의 부추김으로 설령 대통령이 되었다 해도 국내기반(정치세력)이 없는 경우 잘못하면 꼭두각시에 머물 당위성이 높다. 온실에서 자란 식물이 야생에서 자란 식물과 비교할 때 과연 어느 쪽이 자생력이 더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무슨 일이건 간에 이론과 행동이 수반되며 여기에는 응당 이론가와 행동대가 있어 일을 도모하게 된다. 이론가가 행동대를 겸하면 안되는 수많은 예가 있다. 최근의 일례로 26일자 한국일보의 이충재 논설위원의 “정 아무개”에 대한 글이 대표적일 것이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켜도 유분수이지 어찌 이런 사람이 헌법학회 회장이며, 한국 최고대학의 법대학장까지 지냈는가! 여기서 한 개인의 욕심을 나무라려는 의도는 없다. 하지만 한 개인의 그 알량한 영달을 위해 학교의 이름을 실추시켜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논설위원은 ‘곡학아세’ 인물로 그를 규정했다. 그 얼마나 치명적이며 부끄러운 일일까, 학자에게 있어서 말이다.
내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 최고의 대학교 총장 지낸 분들이 정치권의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 이론과 행동, 실전은 같을 수만은 없는 것이며 우리에겐 정신적 지주, 본받을 만한 국가의 양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아탑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 국민들의 숭앙을 받아야 할 것이다. 국가에 제대로 된 어른이 없는 현실을 왜 못 읽고들 계신가. 대학총장을 지낸 분들이 정치권을 넘나들다 성공한 분들이 있는가? 훌륭한 스승은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양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사회 각계에 진출하여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마음껏 펼쳐 사회와 국가에 공헌함을 으뜸의 신조로 삶아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스승의 기쁨 중엔 천하의 영재를 얻어 훌륭한 인격과 해박한 지식을 전수시켜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명예가 이 세상에 또 있겠는가. 여기서 스승으로 사명이 끝나야지 더 이상 자신이 행동대원으로 뛰겠다하면 필시 좋은 모습이 아닐 것이다.
반 총장은 시쳇말로 우리 세대가 모두 부러워하는 모든 요직을 거친 분이다. 본인은 아마도 당연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또 다른 면에선 행운아 이기도 하다. 어디 그 분만한 자질의 사람들이 없겠는가. 익은 곡식일수록 더 수구러진다고 하지 않나. 이쯤해서 퇴임 후 일정 휴식기를 지나면 자연스럽게 국가의 원로로서 또 다른 역할이 주어지리라 믿는다.
인재를 키우기는 힘들어도 망가트리기는 쉬운 법, 더 이상 다른 뜻 품고 주위에서 반 총장의 심기를 흐려놓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에 부연하면 “평생소원이 유엔 사무총장을 해 봄” 이었던 반 총장은 이것을 이룬 당사자가 아닌가.
<문성길 의사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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