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6월 하면 6.25 동란이 머릿속에 스쳐간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흩어져 이남으로 피난 와서 하루하루 언제나 통일이 되려나 하며 손꼽아 기다리던 날들이 어느덧 거의 한 평생이다. 그 동안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많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척 아려온다. 다시는 그런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6월25일 새벽, 서울을 짓밟던 인민군 부대가 떼를 지어 몰려오던 그때, 그 발자국 소리가 아직도 나의 귀에 들려오는 듯하다. 너무나 안일했던 남한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북한 군대가 물밀듯 남한으로 내려 왔지만 아무 준비가 없었기에 그대로 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10살 난 나의 어린 시절, 그 날 전쟁이 난 아침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집은 큰 길 가에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앓아누워 계셨고 할머니와 어린 오빠, 동생, 그리고 나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너무나 충격적이고 무서워 2층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길가를 몰래 내려다보곤 했다. 급히 도망가는 지프 차 위에 떨어져 나간 팔을 부둥켜안고 피투성이가 되어 울부짖는 한 순경을 보았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없는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하늘에는 본 적도 없는 시커먼 색깔의 비행기 6대가 서울 시내를 누비는 것을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루는 밖에서 고함소리가 나기에 내다보니 지프 차 위에 잡혀온 두 명의 미군병사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아 있는데 인민군 한명이 차에서 내려 몽둥이로 미군을 때리며 차에서 내리라는 것이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내려다 본 두 명의 노랑머리 미국인 병사들이 너무나도 가엾게 보였다. 잡혀온 두 병사도 어느 가정의 귀한 자식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금의 한국이 이렇듯 잘 살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귀한 자식들 5만4,000명이라는 희생위에 다시 일으켜 세워졌다는 것을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뉴스에서 전해져 오는 소식을 들으면 요즈음 젊은 세대가 전쟁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모든 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세상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한 경제국가란 것을 내세우며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한편 아슬아슬한 느낌마저 드는 것은 웬 일일까? 너무도 평안한 생활에 젖어 제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한국인들은 급히 변하는 현 시점에서 바른 정신, 올바른 태도로 누구나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 오랫동안,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한국이 지금처럼 좋은 환경에서 살 때, 더욱 정신적으로 강한 무장을 해서 군인은 군인으로서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학생은 학생답게, 가장은 식구들을 책임지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고 한 가정의 주부는 가정을 잘 지켜서 화목한 가정을 이뤄야 한다. 누구든 자기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비록 이 미국 땅에 살지만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꿈을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멀리서나마 우리의 조국이 잘 되기를 기원한다.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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