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는 안 된다. 해피 할러데이라고 해야 된다. 비 기독교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이런 논리도 가능하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런 말을 쓰면 안 된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그는 수평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horizontally challenged). 무슨 뜻인가. 뚱뚱하다는 말은 수치감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고 하든가. 성별, 인종 특정집단에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말 또는 정책으로 정의된다.
50명이 숨졌다. 53명이 중경상을 입고. 미국 역사상 최대,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용의자는 회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이민 2세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벌어진 이 대참사에 전 미국은 경악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논란이 불거졌다.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시비가 새삼스레 벌어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랜도 참사를 테러행위이자 증오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표현은 삼갔다. 이슬람이란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
그러자 바로 공격에 나선 게 도널드 트럼프다. ‘과격한 이슬람’이란 말을 피한 오바마는 수치라는 비난과 함께 사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동시에 힐러리 클린턴도 싸잡아 비난했다. 힐러리 역시 이슬람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논란은 보수 우파 논객들도 가담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는 단지 ‘테러행위’라고만 말했다. 그 발언이 그런데 그렇다는 거다.
의사가 암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무슨 암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바로 그 모양새로, 그래서야 어떻게 진료가 가능하겠는가 하는 야유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오바마는 ‘정치적 올바름’ 강박증세에 걸렸다는 것이다.
파리에서, 브뤼셀,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 샌버다니노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그 때마다 IS가 들먹여지고, 범인들은 모두가 과격 이슬람이었다. 그런데도 오바마는 ‘과격 이슬람’이란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슬람을 평화의 종교로 옹호하기까지 했다.
왜 오바마는 과격 이슬람이란 말을 극력 피하는가. 이슬람 세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
그런 계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정치적 올바름’ 개념에 과도하게 집착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것이 민주당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지적이다.
그 시시비비는 그렇다고 치고, 새삼 불거지고 있는 이 논쟁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위기가 닥치면 하나가 된다. 미국적 전통이다. 그 전통이 무너졌다. 그 가운데 미국은 심각한 분파정치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올랜도 참사는 대선의 해 여론흐름에 상당히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지 않을까. 테러가 유럽의 정치 풍향계를 변화시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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