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바이어 부부에게 집을 보여드렸다. 오래된 집이긴 했지 만, 아름답게 리모델링된 집이었다. 락박스 코드를 눌러 키를 꺼내느라 문 앞에서 조금 지체한 후 “어서 들어가시죠?” 하며 뒤를 돌아 보는 순간, 조금전까지도 같이 서 있었던 것 같았던 남편은 없었다. “여보!” 하며 아내가 불러 보지만, 대답도 없다. 이 남편분도 다른 남자들처럼 집 안을 보는 것 보다는 집 밖을 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
“우리도 먼저 야드를 함께 돌까요?”라고 묻자 ‘땅이 질어 구두에 흙 묻을 것 같아 생략할래요.” 하며 웃으며 대답한다. 집 안으로 들아온 여자는 제일 먼저 부엌으로 향한다. 팬트리를 열어 보고, 냉장고도 열어 본다. 싱크대의 수돗꼭지도 틀어 보고, 주방기기의 브랜드 네임도 확인한다.
부엌 곳곳을 유심히 살펴 본 여자는 같은 층의 여러 공간을 부지런히 오고 가더니, “ 페밀리룸과 부엌이 서로 트여 있어서 참 좋네요.” 라며 흡족해 한다. 부엌은 여자 마음의 반을 움직이는 요술 공간이기는 하지만, 사실 패밀리룸과 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는 부엌은 그 요술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자들은 부엌일을 하면서도 패밀리룸에 모여 있는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TV도 보고, 그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을 좋아 한다. 또한 현대의 부엌은 방문객들에게도 더 이상 숨겨진 공간이 아니라 열린 중심 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개조되어 있지 않은 오래된 주택 중에는 막힌 구조의 부엌이 의외로 많다. 부엌이 노예나 메이드의 전용 공간이었던 시기부터 형상화된 콜로니얼이나 훼드럴 주택 구조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슬라이딩 유리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뒤뜰을 바삐 오가던 남자는 멀찌감치 서서 지붕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여자는 “밖에서 볼께 뭐가 그리 많다고 안 들어오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일층은 다 보았으니 이층으로 올라가죠.” 라고 말하며 바삐 계단을 오른다.
안방으로 들어 선 여자는 제일 먼저 클라짓 문부터 열어 본다. 걸어 들어 갈 수 있도록 설계된 옷 장은 베드룸 하나를 개조해서 만든 듯한 싸이즈였다. 마호가니 나무로 잘 짜여진 커스텀 옷장은 마치 부띠크 샾의 쇼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
그다음은 욕실로 들어 섰다. 월풀 베스탑, 스팀 샤워부스 그리고 화장대 겸용 씽크 탑까지 갖춘 마스터 베스룸을 본 여자는 집이 마음에 든다며 활짝 웃었다.
그제서야 집 안으로 들어 온 남자는 먼저 차고를 살펴 본 후 지하실로 내려간다. 이제 지하실부터는 세 사람이 함께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순간, 유틸리티 룸으로 불쑥 들어 선 남자는 각종 기계 설비와 파이프들을 유심히 살펴 본다.
이처럼 대부분의 남자들은 집을 볼때에 집의 외부와 기계적인 시설을 더 중요시 하며 보지만, 여자들은 집의 내부 디자인과 자질들을 더 중요시하며 본다. 그리고 집이란 부부중 한 사람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 해도 그 배우자가 반대한다면 그 집은 결코 선택 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집을 팔기 위해 리모델링을 생각하는 홈오너들은 두 부부가 합심해서 남자 바이어와 여자 바이어의 기대치를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밖을 보는 남자와 안을 보는 여자를 동시에 만족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의 (703)625-8500
<그레이스 김 Grace Home Realty &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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