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올랜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격참사가 미국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이민자 사회에 한층 더 큰 충격과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참사가 자생적 테러범에 의한 소행으로 밝혀진 후 일부 정치인들이 테러에 따른 미국인들의 공포를 반 이빈 정서의 확산으로 이어가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대선과 맞물리면서 테러와 이민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가 자칫 이민 전반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이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자 즉각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 동맹에 테러를 가한 사례가 있는 나라들로부터의 이민을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그의 대선캠프 좌장격인 제프 세션스 연방 상원의원은 한걸음 더 나가 아예 합법적 이민까지 폐지하자고 촉구하고 나섰다.
어이없는 주장들이긴 하지만 공당의 대선주자와 참모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섬뜩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중의 히스테리아를 조장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벌써부터 이런 의도가 먹히고 있다는 조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교들에서 무슬림 출신 급우들을 행해 “타코벨 상점에서 태어났잖아” “넌 곧 추방될 거야” “장벽을 쌓아라” 같은 막말과 조롱으로 왕따 시키거나 괴롭히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 학생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증오의 악순환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위대함은 개방성에 있으며 이것을 지탱시켜온 가장 기본적인 제도가 바로 이민이다. 테러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필요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미국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버린다면 그것은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테러와 이민 문제를 분리해 생각하고 대응하는 분별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결국 반 이민 정서의 확산을 막는 것은 정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뿐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던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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