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동체가 출발할 때 유로화를 만들어야 했다. 화폐 도안에 무엇을 넣어야 하나? 프랑스 사람들은 잔 다르크, 스페인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에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독일 사람들은 괴테의 초상화? 이태리 사람들은 바티칸 궁? 그럴 수는 없었다. 동쪽에 루마니아로부터 서쪽으로 스페인까지, 북쪽 에스토니아로부터 이태리와 지중해 말타 섬에 이르기 까지 모든 유럽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바로 로마가 지은 것으로 전 유럽에 지금까지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이었다.

그래서 오늘날에 5.- 10.- 20- 50.- 의 유로화를 보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걸친 로마의 건축물을 화폐 정면에, 로마가 건설한 다리를 뒷면에 넣었다. 그런데 영국은? 자존심의 문제였다. 유로화를 쓰지 않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가 들어간 파운드화를 고집스럽게 썼다.

이러한 영국이 드디어 유럽공동체에서 탈퇴하였다. 16세기 헨리 8세가 종교 탈퇴한 이후 두 번째이다. 영국은 섬나라로 유럽에 대해서 발을 한발만 넣고,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고’ 하면서 높은 자리에서 장기 훈수드는 듯 해왔고 이익도 챙겼다. 그러다가 지금 이민자들이 자기네 직업을 다 빼 가느니, 난민이 넘쳐나느니, 유럽 공동체 부담금만 많이 내고 있느니 하면서 유럽공동체에서 탈퇴하였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영광의 영국이 기울고 독일이 중심이 되어 가는 흐름에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밑바닥에 흐르는 자존심이 상해서 실질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몽니’를 부린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보라는 듯이 회심의 미소로 미국도 고립주의, 반세계화로 갈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republican brain'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단어는 본래 2012 년 Chris Mooney 가 쓴 과학적 분석의 ‘Republican Brain' 이라는 책에서 유래했다. 작가는 공화당원들 중 특이하게 고집이 세고, 상식적인 과학의 현상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왼쪽의 뇌까지 분석하며 쓴 책이다. 지금은 고유 명사에서 일반 명사가 되었다. 좀 모자라면서 외통수 고집쟁이를 의미한다. 현재 대통령 지명 선거에서 남부 바이블 벨트에 사는 보통 교육 정도를 받고, 시대 흐름에 좀 뒤친다고 느끼는 사람들로 지금 트럼프 후보를 맹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인 그들을 나는 republican brain의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역사적, 지리적, 경제 흐름의 고찰이 없이 그저 영국이 탈퇴하였다 라는 하나의 사실만 가지고 ‘우리도!’ 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들이 republican brain 의 사람들이니 말이다.

나의 아들 딸, 조카들 모두 미국 사회에서 맹렬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살고 있다. 또 자랑할 만큼 이미 성공하기도 했다라고 하는 나의 가족도 있다. 이렇게 미국은 나 같은 이민자들이 모여서 사회에 활력을 부어 넣고, 미국이 일등의 나라가 지켜지도록 노력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는 ‘미국은 영국과 다르다’ 라는 메시지를 특히 republican brain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 고립주의, 반 이민정책, 소수 이민자들에 호의적이지 않은 눈초리 이러한 것들이 우리 동포 발등의 불이다. 모두 자그마한 힘이지만 ‘미국은 영국과 다르다’를 열심히 전파해야 할 것 같다.

<이영묵 전 워싱턴 문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