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해결할 양으로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짐작컨대 바쁜 점심시간에 손님이 너무 많아 힘이 드셨던지 샌드위치 주문을 받는 한인분이 손님을 앞에 놓고 한국말을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듯 걸쭉하게 “ㄱ 새끼, ㅅㅂ 새끼, 바빠 죽겠는데 샌드위치는 시키고 ㅈㄹ이야”라고 한바탕 욕지거리를 늘어놓더라는 것이다.
꾸며낸 얘기가 아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어느 집사님의 체험담이다. 그 집사님 말씀이 아줌마가 자기를 멕시칸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쌍꺼풀 진 큰 눈에 마른 체격, 루핑일로 검어진 피부에 키까지, 누가 봐도 집사님은 영락없는 멕시칸이다. 그래도 그렇지. 손님 면전에서 그런 욕을 내뱉다니.
집사님은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아줌마, 욕도 참 이쁘게 하시네요.” 욕을 ‘이쁘게’ 하시던 그 아주머니, 얼굴이 벌개져 부엌으로 뛰어 들어 가시더란다. 얼마나 놀랐을까. 그 얘길 들으며 우리 모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집사님이 다시 보였다. 배움도 많지 않았고 믿음도 깊지 않았던 집사님.
그러나 따라갈 수 없는 그 여유와 너그러운 대응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말은 일단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욕을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어떤 말을 하기 전에는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중애 / 샌프란시스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