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책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당신은 학부모인가? 부모인가?” 나는 이 문구를 보자마자 가슴이 찔렸다. 우리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학부모에게서 자랐다. 부모에서 학부모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데, 나의 경우는 학부모 먼저 거치고 나서야 진정한 부모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 옆에는 항상 육아서적이 있었다. 아이가 책에 나온 발달 단계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때부터 아이를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무엇인가 가르치려 했다. 아이는 각자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고, 기질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고 인정하지 않았다.
육아서적은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내게는 아이의 IQ가 6세 이전에 완성된다는 주장, 그래서 조기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그랬다. 겁이 많아 무엇이든 조심하는 큰 아이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지금 둘째 아이에게는 주변에서 걱정할 정도로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올해 방학을 한국에서 보내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 나는 아이를 학교 청강생으로 보낼지, 미술 학원을 보낼지, 수영 강습을 시킬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번 방학은 킨더에 다니는 아이를 위해 진정한 방학으로 지내기로 했다. 나도 학부모가 되는 시기를 조금 늦추고 부모로 느긋한 방학을 즐기고 싶다.
<마승연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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