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스터(Webster) 사전에서 ‘Take’란 단어를 찾아보니 그 단어가 들어간 합성어를 제외하고도 무려 그 정의가 82가지나 나와 있다. 아마도 영어 단어 가운데 대명사와 관사를 뻬고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 합성어 중의 하나인 ‘Take it easy’라는 말을 미국 사람들은 많이 사용하는데, 이 말은 이들 삶의 한 면을 잘 나타내 준다고 볼 수 있겠다. 본인도 이 말을 좋아하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노력하는 것은 타고난 급한 성질과, 참을성 및 조심성이 많이 부족한 탓이다. 이 말의 뜻은 우리말로 정확하게 한마디로 번역하기가 힘든데, 대강 “서두르지 말아라”, “조심해라”, “진정해라”, 또는 “초조해하지 말아라”등의 뜻이 모두 내포된 것 같아서이다.

한국 사람들은 ‘빨리 빨리’란 말이 그들의 성질을 잘 묘사한다는 소리를 흔히 듣는다. 과연 우리의 DNA에는 그런 유전인자가 들어있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예전의 소위 선비, 양반들은 천천히 품위 있게 걷고, 어떠한 일에도 결코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잃지 않았다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지난 4월에 아내와 한국을 방문했을때, 빵을 사려고 빵집에 들어갔다. 한국 돈에 익숙치 못한 아내가 계산대에서 좀 지체하니까 뒤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던 젊은 아가씨가 앞으로 나와 아내가 구입한 진열장 위의 빵을 계산대 옆으로 밀어놓고 자기가 먼저 계산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해하기 힘든 무례함인데, 문제는 이런 일이 도처에서 다반사로 일어나 이런 일은 특별한 사례도 아니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을성이 많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이나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본인이 기대한 시간을 초과하는 것을 못견뎌하고, 진중하게 기다리는 일에 미숙한 것은, 혹시 우리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던지, 자기의 일만 중요시 하는 이기적 성향이 많고, 또는 자기 중심에서 떠나 좀 더 큰 그림을 보는 지혜가 부족해서 그러지 않나 하는 생각을 숨길 수 없다. 동물중에서 장수하는 것은 거북이처럼 여유있고 한가로운 것들이라 한다. 말하자면 ‘Take it easy’를 잘하는 동물이란 말이다. 반면에 맹수는 단명하며, 화를 잘내고 성급한 사람의 수명이 비교적 짧다고 들었다. 성경에도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았는 자보다 나으니라”라는 말씀이 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다. 독일의 한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져 많은 광부가 갱내에 갇히고,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일주일만에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전원 구조되었는데, 그 한명의 사망자는 유일하게 시계를 차고 있던 광부라고 한다. 초조함, 염려가 인체에 주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엄청난 전자문명의 진보로 생활의 템포는 갈수록 빨라지고, 치열해가기만 하는 생존경쟁,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위협 등은 우리의 삶을 더욱 바쁘고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이라도 ‘Take it easy’를 연습하며 살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이 비록 만족치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혹자는 “인생은 잠시 이 세상에 소풍 나왔다가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차피 곧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금방 잊혀질 존재임을 기억하며 좀 더 여유 있고 너그럽게 살았으면 좋겠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