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 역사와 문화 보존의 산실이 될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 건립을 위한 든든한 기초가 놓여졌다. 지난 21일 성황리에 열린 한미박물관 건립기금 모금만찬을 통해 뜨거운 정성이 모아지면서 기부금 총액이 벌써 900만달러에 육박한 것이다. 커뮤니티 프로젝트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열기이며 모금액 또한 유례없다. 한미박물관 건립 취지에 대한 공감이 그만큼 폭넓게 형성돼 있다는 반증이다.
한인타운 6가와 버몬트 애비뉴에 소재한 시영주차장 부지에 서게 될 한미박물관은 한인사회가 20년 동안 끈질기게 기울여 온 노력의 산물이다. 한인들의 열망과 의지에 LA 시정부가 호응함으로써 한인사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 한미박물관 건립을 향한 한인들의 염원을 확인하고 시가 1000만달러 상당 부지를 연 1달러로 사실상 무상 장기리스해 주었던 시정부는 기금모금 행사 당일 리스기간을 당초 50년에서 55년으로 더 연장해 주는 한편 지원금도 기존 200만달러에서 350만달러로 올리겠다고 깜짝 발표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한미박물관 프로젝트에 대한 시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런 배경과 의미를 담아 한미박물관은 한국적 뿌리와 미국적 다양성을 아우르는 컨셉으로 디자인됐다.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LA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개방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물관이 완공될 경우 한인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 공간으로서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자리 잡은 명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기대가 현실화 되려면 무엇보다 계획대로 한미박물관이 지어지고 원활히 운영돼야 한다. 한인사회가 성장하고 경제력이 자라면서 공익에 눈을 돌리는 재력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 기부문화 확산은 대단히 바람직한 추세다. 단기간에 적지 않은 한미박물관 건립기금이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재력가들의 후의 덕분이었다. 이들의 기부로 이미 900만달러 가까운 기금이 모이기는 했지만 한인사회가 꿈꾸고 희망하는 박물관을 세우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기금을 모으고 훨씬 더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박물관 건립 같은 범커뮤니티 프로젝트는 구성원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 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 이민자로서의 성공은 커뮤니티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 박물관 건립기금을 낸 많은 한인들은 바로 이런 자각에서 거액을 쾌척했을 것이다. 성공한 인사들의 이런 건강한 부채감이야 말로 성숙한 커뮤니티의 징표라 할 있다.
한미박물관의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되어주는 것은 한인들의 십시일반 기부참여일 것이다. 자신이 낸 작은 정성을 바탕으로 지어진 박물관은 남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한미박물관을 ‘내 것’이라고 인식하는 한인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박물관의 토대는 단단해지게 된다. 이것이 한미박물관의 참뜻을 살리는 길이다.
이번 모금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한 성 김 대사는 공무 중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링컨 기념관을 자주 찾는다고 들려줬다. 링컨의 체취가 어린 그곳에서 그가 남긴 교훈을 떠올리기도 하고 영감(inspiration)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의 힘이다.
한미박물관 역시 그렇다. 박물관 건립의 가장 근본적인 취지는 이처럼 선열들이 남긴 희망의 유산을 커뮤니티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잘 보존하자는 데 있다. 이런 훌륭한 취지에 좀 더 많은 독지가들과 한인들이 호응해 주기를 당부한다. 우리에게 교훈과 영감을 주는 녹슬지 않을 유산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일은 그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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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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