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인의 몸을 닮은
치타와 이름이 흡사하기도 해서
나이 먹어 손마디가 무뎌진 후에라도
정복욕으로 가득한 마음으로
여인의 몸뚱어리 주무르듯
배워 보면 어떨까 하는 욕심에
덥석 덤벼 보았더니
그 가탈 부리는 성깔하며
손끝을 괴롭히는 억센 힘줄이
여인의 애절하고 구성진 소리는커녕
앙칼지고 잡음 가득한 잔소리에 자지러지나니
한 많은 조선여인의 몸을 닮은
이 텅 빈 덩어리는 이제 어디에 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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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애,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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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교습을 포기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애절하고 구성진 소리와 앙칼진 잡음 사이에 한 많은 조선여인을 닮은 기타가 가로막혀 있다. 아름다운 여인이 어찌 쉬이 그 몸을 내어주랴. 까탈 부리는 척, 센 척 튕겨보는 기타여인의 일차 방어선을 넘지 못했으니 기타연주는 틀렸겠다. 이젠 쓸모없어진 기타를 한의 덩어리라고 내박쳐보지만 여전히 기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심, 언젠가 그가 그녀의 까탈과 고집을 정복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기를.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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