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가 앞뒤로 나란히 붙어 있는 바람에 거의 두 주일간을 저녁마다 TV 켜놓고 살다시피 했다. 권투처럼 서로 맞붙어 주먹질은 하지 않았지만, 그 못지 않게 벌인 말싸움이야말로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어디 가서 그렇게 흥미진진한 대결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으랴?
보통은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 사이가 한 달 가까이 떨어져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여름 치를 올림픽 때문에 그 시기를 피하느라 둘이 나란히 앞뒤로 붙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어쨌거나 올림픽에 ‘말싸움’이라는 경기종목이 있다면 이번 선두주자들이 단연 금메달, 은메달 감은 아닐는지?
올해처럼 선거 판세가 시끌벅적 요란의 극치를 떤 적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힐러리는 힐러리 대로, 트럼프는 트럼프 대로 둘 다 믿을 수 없어 고개를 흔들게 하니 말이다. 그래도 서로 깎아내리는 소리는 끝없이 한없이 잘도 늘어놓는다.
후유!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이제는 나도 숨 고르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더위 식힌다고 손자 손녀 데리고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는 길. 아이들이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른다. 무슨 노래인지 통 모르겠다. 요즈음 유행하는 것일게라 짐작할 따름이다.
“무슨 노래니?” 내가 물었다. “해밀턴요.” “아, 그래? 해밀턴이 누군지 아니?” “그럼요. 조지 워싱턴 밑에서 재무장관 했던 사람인데 부통령이던 에런 버하고 결투하다 죽었잖아요. 할머니도 아시죠?” “그럼 알지.” 찔끔해서 하는 내 대답. “요새 이 노래 모르는 애 없어요. 진짜 재밌어요.” 손자가 떠든다.
뉴욕서 해밀턴이라는 쇼가 엄청난 인기로 야매 표는 수천달러 홋가 한다고 듣긴 했다. 얼마나 인기 있길래 11살인 손자도 그 재빠른 가사를 열심히 쫓아서 따라 부를까? 게다가 손자 녀석은 해밀턴이 애런 버 하고 결투하다 죽은 것까지 알고 있네. 뮤지컬 덕분에 애들도 따라 유식해 지는 건가? 난 대학 졸업하고도 몰랐는데….
무식이 더 탄로 날까 입 다물고 집에 와서 구글에 들어가 찾아봤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건국 시절 한 몫 한 사람으로 조지 워싱턴의 내각에 들어가 첫 재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그는 당시 워싱턴과 함께 연방주의자였고, 버는 반연방주의자로 토마스 제퍼슨이 대통령 할 때 부통령 했던 사람이다. 서로 정적이다. 해밀턴은 전쟁 동안 진 빚을 모든 주가 같이 나누어 내자고 하는 반면 제퍼슨은 각 주의 빚은 각 주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밀턴은 미국 제1 은행 설립을 주장했지만, 제퍼슨은 반대했다. 1800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해밀턴은 에런 버 보다는 제퍼슨이 낫다고 믿어 제퍼슨이 대통령 되는 것을 도왔다. 당시는 부통령 선출은 대통령 다음으로 표를 많이 얻은 사람이 되는데 그에 따라서 제퍼슨한테 진 버는 부통령이 되었다.
해밀턴과 버는 끝까지 정적으로 지냈나 보다. 해밀턴이 버를 “비열한 선동가”라고 비난했다 하여 버가 결투신청을 했다. 해밀턴은 맏아들을 결투로 잃은 사람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결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나 명예훼손이 걱정되어 응했고 결국 총에 맞아 그 다음 날인 1804년 7월 12일 죽었다. 결투에 이긴 버는 목숨은 살았으나 그 때문에 정치 생명은 끝났고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 현 10불짜리 지폐에 그려있는 얼굴이 미국의 첫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온 미국이 흠모하고 사랑하는 소위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시절 이야기다. 그때에도 오늘처럼 정치 투쟁은 심했나보다. 아니, 서로 총질까지 한 것 보면 좀 더 심했던가? 정치라는 것이 그토록 무서운 것이었나. 그에 비하면 힐러리와 트럼프가 서로 말싸움 하는 정도는 애교(?)로 봐 줘야 하는 걸까?
<
김성혜 맥클린,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