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의 정치, 외교, 경제 그리고 사회상을 보노라면 역사 속에 참담했던 내용들이 되풀이 되고 있어 불길한 예감이 밀려든다. 역사 속에서 제일 회상해 보기 싫은 게 조선시대 선조 때이다. 오늘의 한국 현실이 마치 그때와 빼닮은 양상이다.
물론 병자호란도 치욕적 상흔을 남겼지만 선조 때의 허약한 정치로 19세기 청일전쟁까지 파행이 이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우리 조정은 얼마나 갈팡질팡하고 두서가 없었던가. 대신들은 어가를 호위하여 달아나기에 바빴다. 왜구가 조선을 통해 명나라를 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 조정에서 보낸 김성일과 황윤길 두 사신의 귀국 보고가 판이했다. 두 사신은 동인 측과 서인 측에서 각각 따로 보낸 인물들이었다. 그러니 나라 안위보다는 계파 이익을 우선했으니 조정의 대비가 어떠했을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지난 6월 윤병세 외무장관은 동남아 해양권 문제와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으니 우리나라는 행운이라는 기가 찰 노릇의 망언을 했다. 한국 정부가 국민 동의도 구하지 않고 덥석 사드를 받아들인 것도 문제지만 중국은 치졸하게도 관광제재나 경제 보복과 심한 언동으로 협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과연 G2 국가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고 한 방어용 사드 하나를 처리 못해 중국으로부터 직설적이고도 노골적인 협박을 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입이 닳도록 주장해온 다자외교는 온데 간 데가 없다. 야당 초선의원들의 중국 달래기 방문에 정치판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사드는 방어용일 뿐이지 공격용이 아니다.
외교부재 무능 뿐아니라 정치 현실 또한 엉망이다. 대한민국에 정치가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3당 모두가 비상대책위원회로 가는 막다른 길을 택하더니 전당대회 한다면서 내분의 시한폭탄만 산출해 내고 있는 실정이다. 당권을 잡겠다고 나선 정치인 후보들도 국가 비전 제시나 현안문제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친박, 비박, 친문, 비문 등 유치한 상쟁의 언어들만 난무하는 이전투구 뿐이다. 시퍼런 역사와 국민 앞에서 말이다. 아무도 당장 시급한 빈부격차,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문제, 인성이 사라진 교육문제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는다.
선조때 이순신 장군 같은 불세출의 명장이 임진왜란 중에 옥고를 치르고 곽재우, 권율 같은 의병장들도 간신배들의 모략으로 갖가지 수난을 당했다. 이 모두가 조정대신들의 내분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는 독재, 무능, 권력횡포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법도가 무너져 혼란 상태를 겪고 있다. 남북관계도 악화일로 극한 상황을 치닫고 있다. 언제 돌발사변이 터질지 모를 위기에 직면해있다. 강대국들의 통일 방해를 탓하지만 남북 모두가 자기들의 권력옹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는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깊숙이 만연해있다. 국가공금이 마구 새나가고 있다. 자원외교 한답시고 국고금 수십조가 증발돼버렸다. 대기업 파산으로 실업자 구제한다며 내보낸 정부 지원금 4조6천억원으로 부패의 잔치가 벌어지고 거기서 수천억을 착복해 또다시 국고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고위직 판검사가 주가조작 뇌물횡령으로 국민의 원성이 드높다. 김영란 법이 뭔가 이 법의 실질적 내용을 조목조목 따질게 아니라 얼마나 우리 사회가 썩어 문드러졌으면 어쩌다 이런 법까지 나오게 되었는가를 부끄럽게 느껴야 마땅할 것이다. 가히 하늘이 분노할 만큼 처절한 부패가 대한민국 땅에 날뛰고 있다. 부정부패로 뒤덮인 사회에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게 뭔가. 도박, 사치, 향락과 각종 흉악 범죄다. 도박비리가 사회내부에 만연돼있다. 범죄가 적발돼도 가진 자와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은 보석이나 집행유예 등등의 관용이 베풀어진다. 하루 4백만원짜리 임금으로 벌금 수백억을 때우거나 거액의 횡령범들도 집행유예로 빠져 나오기 일쑤다.
지난달 교육부 정책 기획관 나향욱이 기자들에게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하여 세상민심의 분노를 샀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대국민 인식에 관존민비 사상이 골수까지 박혀있어 삐져나온 현상이다. 지난해 국민세금 과잉징수가 19조4천억이고 국가운영 독점기업, 한국 전력의 순이익이 11조8천억에 이른다. 이것 또한 국민 보살핌보다는 수탈 착취 현상이다. 어디를 돌아봐도 세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혁명적 발상을 가진 새 정치 지도자가 절실하다. 진정한 백성들의 세상을 만들어갈 의인(영웅)이 나와야 한다. 그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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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자유광장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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