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서 ‘배터리만 교환’ 의견도 있었지만 전량 교체로 결정
▶ 작년 메르스 사태 때도 직접 대국민사과…“학습효과 있었다”
전자업계 “1995년 구미공장 애니콜 화형식 연상된다”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사과를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가 2일(이하 한국시간) 배터리 발화 불량이 난 갤럭시노트7 한국과 해외 판매분을 전량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로 함에 따라 이번 결정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삼성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진행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날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객에게 사과하고 전량 리콜 방침을 발표했다.
판매분과 재고를 포함해 총 250만대를 전량 교환하는 매머드 리콜을 결정한 것이다.
또 이번 리콜은 온라인을 통해 발화 문제가 제기된 이후 9일 만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의사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량 리콜을 실행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서는 이번 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
계선상으로는 전략팀이 계열사인 삼성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상황 파악을 했겠지만, 결정은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이뤄졌고 무선사업부를 총괄하는 고 사장이 책임자이자 발표자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일종의 '사인'을 보내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직접 대국민사과를 한 적이 있다.
그때도 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견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이 결부된 문제에서 병원의 운영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사과를 한 점은 옳은 판단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피해를 보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학습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표문 읽는 고동진 사장
이번에도 삼성 내부에서는 발화의 원인이 된 배터리만 교체를 하거나 부분 리콜을 시행하는 방안도 개진됐지만, 향후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이나 미래 사업, 기업 이미지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때 전량 리콜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속속들이 공개할 순 없겠지만 이런 사안의 경우 결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이 애초에는 배터리 결함 문제가 제기됐을 때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발표 방식도 검사 결과만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 또한 내부에서 무선사업부 수장이 직접 발표도 하고 소비자에 대한 사과도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서도 일부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삼성의 전량교체는 이례적이며 혁신적인 조치"라며 "앞으로 소비자 권익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보상과 교환정책이 관례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리콜 결정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도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 jypl****은 "리콜은 감춰야 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윤리경영"이라고 썼고, zznu****는 "하자를 숨기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기업들의 행동을 보다가 이런 걸 보니 신뢰가 생긴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잘한 결정이다', '당장 1조원의 손해를 보더라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반응도 보였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리콜 결정을 두고 1995년 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애니콜 화형식'이 연상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사건은 이건희 회장의 엄명으로 구미사업장 운동장에 불량제품으로 판명이 난 무선전화기 15만여대를 쌓아놓고 불태워 버린 일을 말한다. 이후 삼성전자는 무선전화 품질 면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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