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D-워싱턴영남향우회 주최
▶ 가정상담소 칼럼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각자의 과거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그 일을 해석한다. 같은 행동이나 상황을 보고 긍정적 경험이 많은 사람은 긍정적으로 보고 부정적 경험이 많은 사람은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오랫동안 만들어진 생각의 회로는 자신만의 자동 사고(automatic thought)를 만들기 때문이다. ‘왜 저렇게 생각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라고 불평하면 ‘유전자와 자라온 환경, 자라면서 받은 가족들의 반응이 달라 세상을 다르게 경험했으니 자동사고가 다른게 당연하죠. 다른 기계에서 다른 물건이 나오는 것처럼요’라고 말해준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상담소를 찾는 많은 내담자들은 스스로 믿는 왜곡된 자동생각들 때문에 우울함에 빠져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를 쉽게 본다. 잘못 믿고 있는 신념과 생각들은 오해, 착각, 곡해 등을 거치며 머리 속에서는 사실과 거리가 먼 자신만의 소설 한편을 쓰고 남과 자신을 괴롭힌다. 이를 심리학에서 ‘인지 왜곡'이라 하는데, 흔한 몇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흑백 사고, 혹은 이분법적 사고다. 모든 상황을 선과 악, 성공과 실패와 같이 두 가지 양극단으로 해석한다. 완벽주의자들이나 아직 뇌발달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오류로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백점을 못 받으면, 80점을 받아도 모두 0점을 받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는 오류를 범한다. 또한, 자신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세상을 보기 때문에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상대의 말을 적대적으로 받아들여 감정이 상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다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왜곡된 결론에 이르는 ‘임의적 추론’이다. 다른 사람이 실제로는 생각에 집중해서 자신을 못보고 그냥 지나친 것을 ‘나를 싫어하는구나’라고 해석하거나, 같이 있는 친구가 시계를 보면 ‘나랑 있는게 지루한가 보네’라고 일방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 오류는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종종 발생하는데, 사소한 상황에도 쉽게 이런 극단적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관계를 닫곤 한다.
또한 흔하게 나타나는 것이 독심술 (mind reading)로 자신이 상대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오류다. 주로 부부나 애인, 직장 동료나 상사 사이에 자주 일어나는데, 상대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부정적인 방향으로 단정짓고 혼자 상처 받곤 한다. 직장일로 피곤한 배우자가 시큰둥하게 말할 때, ‘이제 사랑이 식었구나’라고 해석하거나, 직장 상사가 “오늘 몇시 퇴근해?' 라고 물으면 '내가 오버타임으로 일하길 원하는구나'라고 단정짓는 경우다.
때론 몇 개의 작은 사례를 모든 경우에 일반화 시킨다거나, 한번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일이 계속 생길 것이라 믿는 오류도 있다. 불안증을 가진 사람에게서 자주 발견되며 심한 경우에는 특정한 행동을 회피하거나 반복하면서 ‘징크스’를 만들어 낸다. 운동 경기에서 응원하는 팀이 두 세번 연달아 지면 ‘내가 보면 항상 지네' 라고 생각하며 일부러 경기를 보지 않고 혼자 끙끙거린다. 또한 자신이나 상대의 결점만을 크게 확대해석해 보거나,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오류, 한 가지 실수에 근거하여 ‘거짓말쟁이’나 ‘실패자’로 낙인을 찍는 오류, 혹은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는 ‘과잉 책임감’도 모두 인지 왜곡의 예다.
인간은 모두 어느 면의 인지 왜곡을 가지고 있고 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다만 어떤 왜곡된 생각이 나를 계속 우울의 늪으로 밀어넣는다면, 이를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바꿀 힘을 얻는다. 꾸준한 오랜 노력을 통해 생각의 회로를 바꿈으로써 자동생각이 바뀌면 오랫동안 자신을 가둔 우울함과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문상담사를 찾기를 권한다. counseling@fccgw.org
<
모니카 이 가정상담소 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