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출석하는 교회에 ‘바디메오’란 시각장애인 선교 중창단의 공연이 있었다. 단풍이 서로 각종 현란한 색깔을 뽐내는 가을이었다. 이들을 인솔하고 온 목사님은 비행장에서 이들과 같이 교회로 오는중 길 양편에 붉게 불붙는 듯한 이 아름다운 단풍을 이들은 볼 수 없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목이 메셨다.
얼핏 생각하면 시각장애만큼 힘들고 불편한 장애는 없을 것 같은데, 장애인 사역을 하시는 분들의 말을 빌리면, 청각 장애인들이 더욱 단절감, 소외감을 느낀다 한다. 한 예로, 시각장애인은 옆에서 누가 설명을 해주면 영화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걸어가는 한미장애인협회가 주최한 음악회에 간 적이 있다. 참석한 관객 중에는 청각장애 아동들도 있을 듯, 감미롭고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쪽 구석이 불편했다.
나는 음악에는 문외한이나, 감상은 참 좋아한다. 고교 2학년 때인가 종로를 걸어가다가 라디오 상점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해서, 그 자리에 멈춰서서 끝까지 넋을 잃고 들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로버타 플랙이 부른 “당신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라는 노래였다. 미국 와서 그녀의 레코드판을 구입했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또 한번은 낮에 어렴풋이 낮잠이 들었는데 아내가 듣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치 천상에서 들려오는것 같아 잠이 활짝 깨어 감상했는데, 그 곡은 모짜르트의 “Laudate Dominum” 이라는 노래였다.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곡을 작곡할 수 있을까! 불가사의에 가깝다.
음악은 인생의 한 부분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일찍부터 사람들의 생활에 녹아있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이미 유발이라는 사람이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도, 우수에 젖게 하기도, 감동의 격랑으로 밀어 넣기도 하며, 또한 맥박이 빨리 뛰도록 흥분하게도 한다. 그래서 전쟁과 운동 경기 등에도 악기가 동원된다.
인간이 작곡한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진대, 하나님이 지으시고 지휘하시는 찬양은 더욱 나의 마음을 뒤 흔든다. 사철을 따라 나는 각종 자연의 소리, 해빙된 개울에서 여러 화음을 내며 흘러가는 시냇물과 밤비 내리는 소리, 한 여름의 창문을 때리는 소낙비 소리, 흰 거품을 뿌리며 모래를 핥는 파도소리, 쌀쌀한 가을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소리, 풀벌레들의 야간 합창, 만물이 얼어붙는 겨울에 사각사각 소복하게 내리는 흰 눈 소리와, 모질게 창문을 뒤흔드는 바람 소리, 소리... 소리... 이 모든 소리는 하나님의 작품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을 눈물이 나도록 슬프게도, 환희에 뛰게도, 사색에 잠기게 하기도, 그리고 그리운 옛 추억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이 모든 소리는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숨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음악도, 자연의 소리도 못 듣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볼 수 있는 것, 들을 수 있는 것을 늘 감사하여 우리에게 주신 각종 신체의 기능을 선한데 사용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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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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