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남녀가 혼인을 해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첫걸음으로 떠나는 신혼여행, 지나간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전환을 위한 추억여행 혹은 기념여행,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떠나는 탐험여행 등 여러 목적과 이유가 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어쩌면 일상과도 같은, 하지만 나를 조금씩 성숙시키고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준 촉매의 역할을 해준 소중한 친구이다.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는 동안, 부모님은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면 여행을 계획하시고 온 식구가 한 달 동안 바닷가는 물론이고 계곡, 산 그리고 여러 도시들을 관광하곤 했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는 시골 외갓집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와 좋은 시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옴으로써 방학을 마무리하곤 했다.
그리고 난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미국으로 오는 중에도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여행을 해야 한다’ 하시며 여행의 필요성과 재미를 늘 강조하셨고 또 실천하셨다. 우리가 정착하게 될 볼티모어로 오기 전에 굳이 LA와 시카고를 들러 여행을 시켜 주시면서 미국의 첫걸음을 시작하게 해 주셨다.
이민 후에도 아버지의 계획 하에 이루어진 여행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매면 여름이 되면 인근 오션시티는 물론이고 여러 도시, 그리고 플로리다까지도 운전을 해서 몇 번이나 갔는지… 심지어 부모님은 자식들 결혼 전 마지막 선물로 설악산과 제주도 관광을 시켜주셨을 정도이다.
그때의 여행들은 나름 ‘숨막히는 삶으로부터의 쉼’ 이었고 ‘속절없이 떠나는 연애’ 였고 ‘다음 스탭을 향한 도약’ 이었다. 적어도 그 무렵의 여행은 나에게 힐링과 베네핏을 누리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런 나에게 20년이라는 ‘여행의 공백기’가 닥쳐왔다. 엄밀히 말하면 ‘나만의 여행’ 의 공백기를 가지게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신혼여행을 마지막으로 육아를 하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하는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을 하게 되어 나름 유익한 여행들이었지만 나에게는 뭔가 목마름이 있었고 부족한 마음을 채우지 못했다. 그냥 일상에서 너무 바쁘고, 정신없이 일하다 지치고 힘들어서 나 자신을 위해 떠나는, 혼자만을 위한 여행,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 목말라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결혼 25주년이란 기회가 왔다. ‘언젠간 꼭 가봐야지’ 하며 메모지에 적어 놓았던 스페인 여행을 같이 가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그 여행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고 아주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어린시절 아버지 따라 다니면서 느꼈던 마냥 즐겁고 새로웠던 기분으로 여행을 했다. 여행사를 통해 함께 떠났던 여행자들과 사교하고 저녁에 모여 서로의 삶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여행과의 옛사랑이 회복되니 지치고 힘든 시간들이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성장과 아직 남아있는 갈급함을 찾고 해결해 주기 위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 알프스, 코스타리카, 동유럽을 다녀왔다.
감탄이 절로 터질 수밖에 없는 절경들을 통해 영혼의 교감을, 이런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 된 모든 상황에 대한 감사함을 감격적으로 느꼈고 다시 돌아온 내 일상의 삶은 큰 변화가 맛보았다. 여행으로 충전된 내 생활은 더욱 활기찼다.
흔히 여행은 “은퇴하고 나서 하면 돼” 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 내가 건강할 때, 하고 싶은 마음과 열정이 있을 때, 여행이 줄거울 때, 또 경제적으로 부담이 안될 때, 계속 새로운 곳을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
‘다음은 어디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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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사 오 콜럼비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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