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시위중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317일 만에 사망한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사망 6일 전부터 진행된 신부전의 합병증으로 고칼륨증이 악화됐으나 유족의 요청에 따라 연명치료인 신장투석을 시행하지 않았고 결국 고칼륨증이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른 과정이었음에도 온갖 주장이 난무하는 걷잡을 수 없는사태로 확대된 것은 진단서를 작성했던 주치의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의료법 시행규칙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직접사인으로는 고칼륨증을 기록했어야 했고, 선행사인을 밝히고 싶었다면 급성신부전을 덧붙일 수 있었다. 모든 죽음의 공통현상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는 심폐정지를 직접사인으로 기재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러나 이 실수가 일파만파로 많은 혼란을 야기하게 된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외상을 사인으로 만들기 위해 무리하기 그지없는 주장을 하는 유족과 투쟁본부, 그리고 몇몇 외부단체를 주치의와 병원당국이 의학적인 사실에 입각한 해명으로 납득시키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의료인 측의 잘못을 지적하자면 특위위원장 이윤성 법의학교수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치의가 선행사인을 급성경막하출혈로 했으면 외인사로 하는게 맞다”고 했는데 이 진단은 입원당시의 진단이었지 응급수술을 받은 후 300여일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오래 전의 문제로 간접사인은 될 수 있을지언정 사망의 원인인 급성신부전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것이다. 특위는 또 “사망원인 판단은 주치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는데 의학적 진실이어야 할 사망원인은 의사 개개인의 재량에 따라 마구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정책국장은 “백씨는 체외투석을 하지 않아 사망한 것이 아니다” 라고 했는데 이 주장은 신부전에 대한 그의 지식이 전무함을 보여준다. 인체의 5대장기 중의 하나인 신장의 기능을 상실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단체의 의료인은 “안 해도 될 수술을 하고 치료를 지속한 의도가 결국 병사임을 입증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는데 두부에 중상을 입은 위급환자에게 가족이 거부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를 하지 않는 의사가 본분을 다 하는 의사인지, 그리고 병사로 결론이 나면 백씨를 국가폭력과 공권력남용의 희생자로 만들 수 없을 것이 그렇게도 아쉬운 지 묻고 싶다.
외인사를 주장하면서도 경찰이 두 번 죽이도록 할 수는 없다는 타당치 못한 이유로 법의학적 사인규명에 필수인 부검을 극력 반대하는 유족과 단체들에 동의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족들과의 합의를 조건으로 부검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결정에 수긍할 사람들이 몇이나 될 지 의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부의 공권력행사가 유명무실 하게 되더니 이제는 법원의 영장발급도 집행 대상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배려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국법의 엄정한 집행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
박인영 신장내과 전문의 게인스빌,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