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 대통령 선거가 그야말로 말씀 아니다. 정치를 두고 왈가왈부하기에는 너무 무식한지라 입 다물고 남의 의견 경청하는 것이 고작 내 몫이긴 하나 이번 선거는 구경만 하고 있자 해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듯 싶어 영 씁쓰름하다. 민주당의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뽑자니 찜찜하기 그지없고, 공화당의 트럼프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둘 중에 누가 덜 나쁠지, 누가 덜 해로울지, 누가 덜 싫은지.
미 역사상 이렇게 힘들게 대통령을 뽑은 적이 있었을까 싶어 좀 찾아봤다. 놀랍게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흠모하고 존경하는 위대한 국부들 (Founding Fathers)부터 시작 했는데 워싱턴을 첫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는 만장일치라 하더라도 당연사 이리라. 그러나 바로 두 번째 대통령인 존 애덤스부터 치열한 싸움이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놀랐다. 역사학자 조이스 애플비에 의하면 미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전에 하나라니 말이다. 그러니까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아닌 사람은 아닌 대로 정치판은 워낙에 싸움판이기 마련인가?
원래 존 애덤스와 토머스 제퍼슨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였다. 33세였던 젊은 제퍼슨에게 독립 선언문 쓰는 것을 맡기자고 열심히 밀어준 사람이 바로 애덤스다. 덕분에 그 유명한 미국의 독립 선언문은 제퍼슨이 주동이 되어 쓰게 되었다. 그러나 둘 사이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3대 대선 때 재선에 나선 애덤스에게 제퍼슨이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로써 둘 사이에 싸움이 붙었다. 애덤스의 부통령이었던 애론 버는 물론 애덤스를 밀었고, 후에 버와 결투하다 죽은 알렉산더 해밀턴은 버를 워낙 싫어했으므로 제퍼슨을 극구 밀었다. 제퍼슨은 결혼한 지 10년 만에 상처한 뒤로 재혼하지 않은 독신이었다. 그가 흑인 노예 사라 헤밍스와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소문을 애덤스가 냈다고 제퍼슨은 애덤스와 완전 등지고 말았다.
1801년 선거는 제퍼슨의 승리로 끝나고 그가 3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게 극렬하게 싸우고 났어도 2대 애덤스에서 3대 제퍼슨으로 바뀌는 과정은 무사무탈하게 진행되었다니 신사들은 다르긴 다른 건가?
그로부터 216년이 지난 오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뿌리 깊고 오래된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가 되건 힐러리가 되건 미국의 정권은 또 역시 무사 무탈하게 진행되겠지…하는 생각이다. 혹 모를 일이지.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된 제퍼슨은 마운트 러쉬모어에 그의 얼굴이 새겨질 정도로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대통령이 아니던가?
실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다음이다. 제퍼슨이 8년간의 대통령직을 끝내고 4년 후, 그러니까 둘이 앙숙이 되고 12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다. 애덤스가 제퍼슨에게 신년 연하장을 보냈다. 그에 제퍼슨은 즉각 답장을 보냈고. 그 후부터 둘은 옛 우정을 되살려 다시 친밀한 사이로 죽을 때 까지 14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둘이 주고받은 편지는 지금까지 미국 문학사에서 하나의 기념비처럼 남아있다. 그들이 보통 둘이던가?
1826년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이 선포된 지 50년 되던 날. 2대 애덤스 대통령은 숨을 거두면서 남긴 말이 “토마스 제퍼슨은 살아남았구나” 였다는 것이다. 애덤스는 같은날 제퍼슨이 바로 몇 시간 전에 먼저 죽은 것을 모른 채 간 것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애덤스의 아들 존 퀸시 애덤스는 둘의 같은 날 서거를 두고 “이야말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신의 특별한 배려로다”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혹 모르지. 힐러리와 트럼프도 언젠가는 다시 서로 손잡을 날이 있을지. 대통령 출마하기 전에는 트럼프가 금일봉 들고 힐러리 딸의 결혼식에 갈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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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혜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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