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내가 아이들을 키우고 성장시킨다고 믿었던 때가 있다. 최소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꼬물거리는 작은 존재는 나의 손이 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기고 걷기 시작하면서 24/7의 풀타임 보디가드가 필요하던 시간들을 지나면서 엄마인 나는 아이에게 온 세상이며 신에 가까운 높고 커다란 존재였을 것이다. 부모된 우리는 한 생명을 낳고 성장시키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이고, 그 일을 위해 우리는 나의 방식으로 나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키가 자라고 머리가 커지면서 더 이상 부모가 자신들을 성장시켜주길 거부하기 시작한다. 소위 사춘기 문턱에 이른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혼자 잘 자라온 양 의기양양해하며 머리를 치켜들고 ‘엄마 아빠가 내게 해준게 뭐예요?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 상관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며 거침없이 내뱉는다. 예전에 내가 알던 순하고 착하던 그 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낯선 괴물이 내 앞에 서 있다. 하늘이 무너진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청소년 시기의 신체발달과 뇌 호르몬 변화를 알면 이들의 행동을 더 이해할 수 있다. 감정적 반응을 조절하는 피질하 부위의 발달이 훨씬 빠른 반면, 인지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부위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발달한다. 또한, 시각 자극에 민감해지면서 자연스레 자신과 타인의 외모에도 이전보다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얼굴의 형태와 표정을 지각하는 영역이 발달하여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전보다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된다. 이 때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도 더불어 급속히 발달하는데, 주로 슬픔이나 불안감, 낮은 자존감 등 부정적 감정의 영향력이 커진다.
미 국립보건연구소 (NIH)가 2000명의 뇌를 연구한 결과 27세까지는 뇌에서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는 부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인인18세 때면 뇌가 성숙함을 갖춘다는 통념과 달리 이 때에 성인보다 4배 많은 교통사고를 내고, 사고로 숨지는 숫자가 3배가 되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과 사고로 집안에는 아마겟돈 전쟁이 시작된다.
이 때부터는 자녀가 우리를 성장시키기 시작한다. 온 세상을 주었다고 믿었던 존재로부터의 거부감, 배신감, 단절감, 공허감 등의 복잡하고 아픈 감정들이 사춘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을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는다. 자녀와의 관계 뿐아니라 부부 관계까지 깨지고 가정은 전쟁과 아픔을 경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픔 속에서 우리는 자녀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자녀가 없었으면 깨어지지 않았을 아집과 편견과 고집이 깨어지고 낮아지고 겸허해져 열린마음으로 성숙해지는 부모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사춘기 자녀에게 일어나는 여러 변화들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자녀를 좀 더 넉넉히 견뎌줄 수 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면, 낯설고 불안한 마음이 줄어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는 것과 같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에서 17일부터 5주 동안 저녁 7시에 센터빌고등학교에서 세미나를 실시한다. 청소년기 우울증, 정체성 확립, 자녀의 성교육 등 다양한 소주제로 전문 강사들이 진행하는 세미나는 특별히 청소년기 부모님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준비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한다. 자녀의 사춘기를 통해 갇혀진 부모의 생각의 틀이 깨어지고 마음과 관점이 성장하는 시간, 자녀와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화를 복으로 바꾼 사람이 될 것이고, 자녀를 통해 성장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다. 자녀들의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부모가 동승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넉넉히 견뎌주며 응원해주는 힘. 그 힘으로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counseling@fccgw.org
<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