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얻은 기쁨을 옛 중국에서는 농장지경(弄璋之慶)이라고 했다. 남아선호 사상이 강했던 당시, 아들이 태어난 것은 곧 집안의 경사였다. 너무 기뻐서 귀한 구슬(璋)을 아이 손에 쥐어 주던 데서 유래했다.
반면 딸이 태어나면 집안은 실망에 빠진다. 아기에게는 흙으로 빚은 기와조각 비슷한 실패 하나 쥐어주며 섭섭한 마음을 달랬다. 거기서 나온 말이 딸을 낳은 기쁨 즉 농와지경(弄瓦之慶)이다. 와‘(瓦)’는 기와 조각. 집안일이나 배우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들 혹은 딸로 인해 기쁘고 서운한 것은 잠깐, 부모에게 자녀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이다. 몸은 고되어도, 마음고생을 해도 자녀가 있어 부모는 행복하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서는 이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자녀가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내용이다.
미국 사회학 저널 최근호에 의하면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사람은 자녀가 없는 사람에 비해 12% 덜 행복하다. 22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은 자녀로 인한 ‘행복도 갭’이 가장 큰 나라로 나타났다.
호주와 영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자녀의 있고 없음이 성인의 행복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노르웨이나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구 국가들에서는 자녀 있는 사람이 자녀 없는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다. 그런데 유독 미국에서는 왜 자녀가 있으면 행복도가 떨어지는 걸까.
미국 부모들이 다른 나라 부모들에 비해 자녀에 대한 사랑이 덜해서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관련 연구들에서 계속 확인된 바에 의하면 부모의 행복을 깎아 내리는 범인은 ‘자녀’가 아니라 ‘사회정책’이다.
여성들이 대부분 전업주부였던 시절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 대부분이 일을 한다. 자녀양육과 직장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데 미국은 이 부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약하다.
아이 있는 사람이 약간 더 행복한 프랑스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면 정부는 양질의 데이케어를 보장한다. 비용은 소득에 비례해 낸다. 3살이 되면 프리스쿨이 무료이고 초등학교에 가면 방과 후 활동이며 서머캠프를 지원받는다. 대학 학비는 연간 500달러 미만. 미국에서는 꿈만 같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후보들은 어떤 공약을 내걸고 있을까. 클린턴은 ▲자녀 출생 시 엄마 아빠 모두 12주 유급휴가 보장 ▲데이케어 비용은 월수입의 10% 이하로 제한 ▲4세 어린이들에게 전면 프리스쿨 교육 제공을 약속한다.
트럼프는 “아이들 기저귀를 한번도 갈아본 적 없다”고 당당히 말했듯이 자녀양육 이슈에 대해서는 별로 내놓은 공약이 없다. ▲자녀 출생 시 아빠는 제외, 산모에게만 6주 유급휴가 보장 ▲데이케어 비용 세금 감면 정도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자녀가 있어 부모가 마음껏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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