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어디선가 일어선다
당신보다 훨씬 일찍
가장 창백한 빛이 푸르러지기 전
가장 어두운 어둠이 깨어나기 전
알람도 없이 형체도 없이
나이팅게일의 소리에 깨어나는
이웃 친구 혹은 타인,
햇살이 내리쬐는,
스스로의 아이 같은 얼굴을 본 적 없는 그,
차가운 싱크대
오, 카페인에 취한 몽유병자의 걸음걸이
일용할 나날의 산업현장을 향해
한 번의 하강 비행
그리고 두 번
비상의 날개를 쳐 오르면, 가슴 속에는
천국, 그는 바로 당신 곁의 따스한
어떤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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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마다 일터로 가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 시다.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깨어난 그는 잠이 덜 깬 채 일터로 간다. 나날의 산업현장, 그것이 그가 사는 세상이다. 일찍 일어나고 밤늦어 돌아오니 밝은 빛 속에서는 자신을 볼 기회가 없는 그는 성실한, 그러나 소외된 노동자이다. 그런 그의 가슴 속에 천국이 있다. 어둠을 딛고 일어서는 새의 날갯짓 같은 그 천국에는 시인의 눈으로만 읽어낼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 시인은 말한다, 그 어떤 사람은 당신이 일상 속에서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바로 그 사람이라고.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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