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들에게 도무지 탐탁하지 않던 2016년 대통령 선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정직하지 않다’는 의심이 내내 따라다닌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우리의 대통령’으로는 내키지 않아 많은 유권자들이 고민을 했다.
그래서 아예 투표소에 가지 않겠다던 유권자들도 꽤 있었는데, 생각 보다는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악’에게라도 표를 주는 것이 ‘최악’을 피하는 길이라는 판단이 작용을 한 것 같다.
그렇다 해도 투표율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호주 같은 나라는 투표율이 90%가 넘고 미국에서도 투표율이 70%를 넘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국민의 뜻에 맞게 움직이려면 유권자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유권자들의 투표 의지를 깎아내는 것이 ‘문제’ 후보들만은 아니다. 까다로운 등록 절차, 일하는 평일에 시간을 내서 투표해야 하는 부담 등이 투표소로 가는 길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은 유권자 등록 절차. 캐나다에서는 등록 마감이 없다. 유권자들이 투표 당일 투표소에 가서 유권자 등록을 할 수가 있다. 투표하기가 편하면 투표율은 높아지기 마련. 지난해 캐나다의 연방선거 투표율은 68.5%였다.
미국에서는 유권자 등록 마감일이 주마다 제각각이다. 아이오와, 콜로라도, 뉴햄프셔 등 13개 주만 투표 당일 유권자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유권자 등록이 자동으로 된다면 절차는 더 간단하다. 프랑스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유권자 등록이 된다. 유권자는 투표소로 가기만 하면 된다. 미국에서는 오리건이 처음으로 올해부터 자동 유권자 등록제를 시작했다. 유권자가 운전면허를 신청하거나 갱신할 때 자동 등록이 된다. 이렇게 편리하고 예산도 절약되는 방식을 다른 주들은 왜 채택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또 하나 고려해볼 만한 것은 ‘후보들 모두 마음에 안든다’는 의사를 표로 반영하게 하는 제도. 이 후보도 싫고 저 후보도 싫을 때 이를 표심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찍을 사람 없어서 투표 안한다”는 말은 안 나올 것이다. 인도, 그리스, 우크라이나, 컬럼비아 등 국가의 투표지에는 ‘모두 아님(None of the Above)’ 란이 있다. 미국에서는 네바다가 유일하게 이런 선택을 허용한다.
투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있다. 우루과이(투표율 96.1%) 호주(94%) 등 20여 개국에서는 유권자가 투표를 안 하면 벌금을 내거나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선거일을 주말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볼 일이다. 그리스, 호주, 브라질에서는 주말에 투표를 한다. 미국의 선거일이 11월의 화요일로 정해진 것은 과거 농부들이 말을 타고 투표소로 갈 시간을 고려한 것이었다. 대부분 ‘월~금, 9~5’ 일하는 지금은 주말 투표가 보다 현실적이다. 투표소로 가는 길의 장애물들을 없앨수록 투표율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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