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물론이고 연방 상하원까지 모두 차지할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와의 지지율 격차가 두자리 수로 벌어지자 민주당 일각에서 나왔던 전망이다.
트럼프가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비디오가 공개되고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쏟아져 나오자 백악관은 물론이고 의회마저 민주당에게 내주게 생겼다는 탄식이 공화당에서 터져 나왔다. 불과 두 주전 이야기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FBI의 클린턴 이메일 수사 재개 뉴스가 나왔다. 클린턴 지지율은 폭락하고 트럼프 지지율은 폭등했다. FBI는 수사를 재개해 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며 선거를 이틀 앞두고 다시 종결했다. 이럴 거면 왜 수사 재개 발표를 그토록 민감한 시점에 강행했는지 클린턴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그 결과 8일 열린 미 대선 결과는 거의 모든 예상을 깨고 트럼프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번 선거는 선거인단 수로 보면 트럼프가 여유있게 이긴 것처럼 보이지만 승패를 가른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 주요 접전지에서 표차는 1%에 불과했다. FBI만 아니었더라도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아직 개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나온 것으로는 총 유효표에서 클린턴 59,796,778 대 트럼프 59,590299로 클린턴이 20만 표 앞서 있다.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은 지난 2000년 선거 이후 또 총 유효표에서 이기고 선거인단 수에서 지는 아픔을 맛봐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단연 돋보인 인물이 있다면 그는 앨런 릭트먼이다. 아메리컨 대학 역사 교수인 그는 1984년 이래 대선 결과를 한번도 틀리지 않고 맞힌 모델을 개발한 인물이다. 13개 질문에 대한 진위 여부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그의 모델은 올해 초부터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10월 트럼프 지지율이 최하위로 추락했을 때도 그는 소신을 바꾸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대선 결과는 그가 옳았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에 민주당을 실망시킨 것은 대선만이 아니다. 워낙 차가 많이 났던 연방 하원은 그렇다 쳐도 상원만은 탈환할 것으로 보였다. 불안한 위치에 놓였던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이 7명에 달해 클린턴이 이길 경우에는 4석, 질 경우에는 5석만 가져 오면 상원 다수당의 위치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일곱 곳 중 민주당이 이긴 곳은 일리노이의 마크 커크 의원과 뉴햄프셔의 켈리 아요트 의원 자리 둘 뿐이었다. 아요트는 불과 700표차로 상원의원 자리를 민주당의 매기 하산에게 넘겨줬다.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됐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는 모두 공화당이 이기는 것으로 끝났다.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 원내 총무가 은퇴하면서 빈 자리가 된 네바다에서만 그의 후계자가 겨우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연방 상원은 외교 조약을 비준하고 각료를 인준하는 등 여러 기능을 갖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앤토닌 스칼리아 사망으로 공석이 된 연방 대법원 자리를 채울 신임 대법관의 인준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 백악관과 상원이 모두 공화당 손에 들어가는 바람에 대법원의 보수화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과 의회에 이어 대법원마저 보수파의 손에 넘어간 미국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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