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불량소년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소녀는 암으로 중병 속에 있는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의 여성 부장판사가 들어와 재판을 시작하자 무거운 보호처분을 예상하고 겁에 질려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던 소녀를 향하여 추상같은 질타와 형량의 언도 대신에 어머니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로 “얘야, 너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를 따라 힘찬 목소리로 외쳐보세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라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소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는 ......”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재판장이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나를 따라 하라고 요구했다. “나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큰 목소리로 따라 외치던 소녀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라고 외칠 때 참았던 서러움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 소녀는 14건의 절도범으로 소년법정에 서게 되었는데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 소녀가 암에 걸린 어머니를 봉양하고 자신의 공부도 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고, 판사가 그의 학교생활을 조사해본 결과 학업성적도 늘 우수 했으며, 장래 간호사가 되어 자신의 어머니와 같이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는 가난한 병든 환자를 돌보고 싶다는, 소녀가 착한 심성을 가진 학생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여판사는 법정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참관인들을 향해서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이 소녀는 가해자로 재판정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뜻과 달리 자신의 삶이 냉정한 사회에 의해서 버림을 받아 이 아이의 삶이 망가진 것을 안다면, 누가 이 아이에게 가해자라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 아이의 잘못의 책임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과 우리들 자신입니다. 이 소녀가 다시 이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잃어버린 소녀의 세월을 다시 찾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여판사는 눈물이 범벅이 된 소녀를 법대 앞으로 불러서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소녀 너 자신입니다. 이 사실만 잊지 말아요....“두 손을 쭉 뻗어 소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면서 “내 마음 같아서는 너를 꼭 안아 주고 싶지만 너와 나 사이에는 법대가 가로 막혀 있어서 안아줄 수가 없어 미안하구나....“
이것은 지난 4월에 서울 법원청사 소년법정에서 16세 소녀에게 김귀옥 여성 부장판사가 소녀에게 불기소처분 결정을 내려 이 재판에 배석한 가족 및 모든 방청인들이 방청석을 눈물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감동적인 모습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연일 악취가 진동하는 나쁜 소식과 더불어 거듭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김귀옥 판사를 박 대통령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숱한 검찰 권력의 뇌물사건으로 사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이 마당에 ‘김영란 법’을 만들어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은 김영란 전 대법관과 김귀옥 판사 같은 분이 사법정의를 지키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하게 대한민국이 유지되어 가는 것 같다. 김귀옥 판사 같은 분들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대한민국을 새롭게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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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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