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이 동지였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다. 전날에 비해서 해가 1분 일찍 뜨고 1분 늦게 진다. 하루에 2분씩 햇볕이 길어진다. 동양에서는 이날을 새해의 시작으로 간주하며 서양 역사에서도 이 날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조선 왕실은 동지를 기해서 중국 천자에게 신년 하례를 드리기 위해 동지사를 파견했다. 동지사를 말하자면 한국의 최초의 가톨릭신자 이승훈을 빼놓을 수 없다. 정조 때 아버지 동지사를 따라 중국에 갔다가 천주실학(가톨릭 교리)을 배우고 영세를 받고 돌아와 천주교를 한국에 전파한 인물이다. 신해박해 때 순교한다.
서양에서는 이날 태양신을 기념하는 축제를 지냈다. 로마는 유일신을 믿는 종교(Monotheism)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희랍신화에 나오는 여러 신을 믿는 종교(Polytheism)가 지배했다. 욕망을 주관하는 큐피드(Cupid), 사랑을 주관하는 에로스(Eros)등 많은 신들 중에서 태양신 아폴로(Apollo)를 으뜸 가는 신으로 섬겼고 동지를 기해 아폴로 축제를 지냈다. 로마가 기독교를 인정하기 전까지 계속된 전통이다. 예수의 생일로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도 같은 날로 정해졌다. 예수의 생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록에도 없다. 물론, 부처의 탄신일을 아는 사람도 없다. 4월8일은 후세에 그를 기리기 위해서 정해진 가상일이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교리를 설득하는 데는 이날 태어났다는 주장이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로마인의 태양절과 예수 탄신일의 연관성에 대한 일화는 이러하다. 로마는 기원 285년 동·서 로마로 분리된 다음, 동로마의 수도는 비잔티움(Byzantium, 현재의 이스탄불)으로 정해진다. 그때의 황제는 콘스탄틴(Constantine) 대제였다. 콘스탄틴 대제는 고민에 빠진다. 다신교를 믿는 제국에 기독교라는 유일신을 믿는 신흥종교가 들어와서 그 교세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상황을 통제할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기원 64, 65년에 베드로와 바오로의 처형을 정점으로 예수 믿는 사람을 잡아다가 굶은 사자의 먹이로 던져 버리는 잔혹한 처형을 가하지만 교세는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로마 외곽에 위치한 지하 공동묘지 카타콤(Catacomb)에 숨어서 예배를 드리지만 기독교 신자의 숫자는 콘스탄틴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콘스탄틴은 기존의 다신교와 새로 등장한 기독교 중 하나를 택해야하는 기점에 도달한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하며 종교자유의 원칙에 따라서 여러 종교가 공존할 수 있다는 원리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대이다. 콘스탄틴은 어느 종교를 택할 것인가를 어전회의에 부친다. 근소한 차로 기독교를 택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음의 이슈는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핵심적 이슈를 어떤 방법으로 국민에게 주지 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때에 나온 아이디어가 신들 가운데 가장 높은 아폴로의 축제인 태양절에 예수가 탄생 했다고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기원 313년에 콘스탄틴 대제는 기독교를 합법적인 종교로 선포한다. 이것을 비잔티움 선언(Declaration of Byzantium)이라 한다. 이미 예수교 신자가 된 콘스탄틴의 어머니 헬레나의 역할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이때부터 박해 없는 기독교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이와 동시에 교회는 부패하기 시작한다. 이슬람교가 태동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 여하튼, 동지가 새해와 봄이 오고 있음을 예고하는 전조라는 자연의 원리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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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탁 변호사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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