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같은 시기 다른 선택을 했던 두 인물이 있다. 1944년 한 사람은 일본 천황에게 혈서를 쓰고 그에게 충성하겠다 했고, 한 사람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 군대를 탈출해 광복군에 들어갔다. 몇 년 후, 한 사람은 남로당 공산당에 있다가 잡혀 동료들을 밀고해 혼자만 살아남았고, 이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강탈하고 18년 장기집권 끝에 결국 측근의 총탄에 죽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사상계>를 창간하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으로 세 번이나 옥고를 치렀다. 박정희와 장준하,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두 사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유신체제 폐지’를 주장하며 싸웠던 장준하 선생은 결국 1975년 의문사로 숨졌다. 아직도 그 죽음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2016년 대한민국은 또 다른 극단의 두 진영을 마주하고 있다.
대통령이면서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채 국민을 속이고, 국기를 문란케 하며 국정을 농단했다고 인정되어 탄핵 받은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 그리고 이에 맞서는 수백만 광장의 촛불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중요한 시기 부르는 찬송가가 있다. “어느 민족 누구 게나’(586장)이다. “어느 민족 누구 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 건가, 주가 주신 새 목표가 우리 앞에 보이니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진리의 편에 서는 선택을 강조한 찬송이다.
독일 루터 교회 목사이자 신학자 였고, 반 나치운동가였던 ‘본회퍼’ 목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난에 대해 공감하고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윤리적 삶은 “순간 순간 우리에게 바른 선택의 길을 요구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있다. 그때 무엇을 선택하며 살았는가가 바로 역사이다. 그래서 역사는 두려운 것이고, 그래서 역사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광화문에 모인 촛불 민심을 이야기 한다.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고, 젊은 청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한편에는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를 외치며 “박근혜를 사랑한다”는 배너를 든 또 한 무리가 있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나라에 대한 책임과 중요한 시기 선택의 자유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역사는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우리 민족이 어느 편에 섰던가를 평가할 것이다. 무엇이 참이고 어떤 것이 거짓이었는지를, 우리가 어느 편에 서 있었는가를 그리고 그 시대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비가 올 것인가, 눈이 올 것인가, 바람이 불 것인가? 이런 기상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그것이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물며 세상의 변화-이 시대를 분간해 내는 것이야 말로 근본적인 인간 삶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모국 대한민국의 시대를 어떻게 분간하고 선택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새해는 분명 다른 태양이 떠오르고 불어오는 바람도 다를 것이다. 그 태양이 상식과 원칙의 세상을 열고, 그 바람이 모두가 법 앞에 공평하고 평등하며 갈라진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