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라고 말해야 할 때 ‘예’라고 하고 ‘아니오’라고 해야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마음에서는 ‘난 못해’라고 말하는데 입에서는 “그럼요, 해야죠”라는 말이 튀어나와 후회와 원망으로 관계까지 깨지는 경험했을 것이다.
바운더리를 가장 혼동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결혼 생활이다. 가족은 가장 가깝기 때문에 바운더리를 세우는 것이 제일 힘들다. 그러나 상처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족간 서로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보호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정작 바운더리가 혼동되는 부분은 서로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기대와 통제 부분이다. 배우자의 행동을 혼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분노나 두려움을 마음에 쌓거나, 상대의 행동과 반응에 ‘이렇게 해줘야하는 거 아닌가’란 혼자만의 기대를 만들어 상대가 기대에 맞지 않을 때 화를 내는 것은 상대의 행동과 감정을 통제하려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부부 간의 혼돈된 바운더리와 달리 부모자녀 간의 바운더리는 사랑을 가장한 무단침입인 경우가 많다. 가정은 한 인간이 세상이란 낯선 곳에서 신뢰와 사랑을 배우는 첫 공동체이므로 가족원 간의 유대와 협력은 중요하다. 또한 자녀들이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인생학교이므로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필요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쳐서 언젠가 부모를 떠나 자신을 책임지고 해결하는 건강하고 독립적인 인격체가 되도록 바운더리 세우기를 가르쳐야 한다.
또한, 아이들은 약한 존재이므로 부당한 일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여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권위적인 부모가 어른들에게 다른 의사표현을 못하게 하고 무조건 따르게 강요할 경우, 자라서 권위있는 사람이 나쁜 일을 시킬 때도 거절하지 못해 불의한 일에 빠지거나 학교에서 불공평한 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가족내 관계가 충돌할 때 바운더리를 설정하는 것은 어렵고 때론 아프지만, 서로의 감정과 행동을 침범하지 않고 행동의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결국은 분노와 섭섭함이 줄어들고 가족 간의 친밀감이 증대되고 관계가 회복되는 큰 보상이 있다.
이를 위한 첫째 단계는 충돌의 증상을 파악하고 어떤 역동 관계가 그 곳에 작용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자신이 남의 바운더리를 넘어가서 간섭하고 통제하는건 아닌지, 반대로 다른 사람이 당신 삶의 영역에 침범하여 통제권을 행사하는건 아닌지, 그 영역은 몇 군데이며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둘째는 갈등 밑에 깔린 자신의 채워지길 원하는 근원적인 욕구를 알아채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 받고 인정받으며 신뢰를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올라오는 두려움과 불안함때문에 바운더리의 충돌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셋째, 그 근본 욕구를 발견한 후에는 옳지 않은 부분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바운더리를 세운 후, 충돌이 있는 가족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한다. 이 때 상대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관계회복을 도와줄 수 있는 지지 그룹이나 전문상담사의 도움 받기를 권한다.
클라우드 박사는 그의 책 <바운더리>에서 “바운더리를 세울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분명한 거절 의사를 보이면서도 그들의 사랑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는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합당한 반대 의사를 받아들이면서 감정적으로 침체되지 않는 능력을 갖게된다”고 한다. 이렇게 산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성하고 행복해질까? 바운더리를 세우는 일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한 훈련이 될때 사람과의 관계가 더 이상 두려움과 상처가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따뜻한 관계로 회복되리라 믿는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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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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