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병과 꼭 그렇지 않은 질병이 따로 있다. 질병은 예후에 따라 크게 세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고쳐질 수 있는 일반적인 질환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가 하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며 저절로 호전되는 가벼운 병들이 있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떠한 치료법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난치성 질환들도 있다. 아무래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에는 증상을 감소시켜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대증치료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치료법들이 효과가 너무 짧고 한시적인 경우가 많아 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큰 불편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난치인 축농증이지만 한의학에서는 난치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치병의 하나인 축농증을 살펴보자. 일단 축농증의 경우 결코 그 증상과 불편함이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지만, 이 병을 오래 앓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이 병으로 인해 미칠 지경이라며 까지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꽤 많다. 이는 축농증 증상 자체의 괴로움도 보다는, 어떠한 치료를 해도 자꾸만 금방 재발 해버리니 완치의 희망도 없이 계속되기만 하는 치료에 심신이 지쳐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현대 의학에서는 축농증이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에 속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축농증을 적절한 치료만 따라 준다면 꽤 예후가 좋은 일반 질환 중 하나로 분류해 놓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축농증의 일반적인 증상

그렇다면 축농증은 어떤 병일까? 사람의 얼굴 뼈에는 공기가 차 있는 동굴이 있어 이걸 부비동이라 하는에 우리말로 풀이하면 ‘코 옆쪽 공간’이 된다. 축농증은 감기나 비염에 걸려 부은 코의 점막 때문에 이 부비동이 막혀 생기는 질환이다. 감기나 비염같은 질환으로 인해 공기의 환기 및 분비물의 배설이 잘 안 되면 부비동 내 농성분비물이 고여 염증이 심해지게 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이를 축농증이라 한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축농증의 원인

한의학에서는 축농증의 근본 원인으로 외부의 나쁜 기운, 즉 풍한의 침입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과 호흡기능을 담당하는 폐신기능, 원기를 담당하는 비위 기능의 약화와 같은 내부적인 요인을 지목한다. 폐에 열이 있어 생기는 축농증일 경우에는 코막힘의 증상과 함께 발열, 두통, 입마름 등의 증상이 있으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폐에 풍한(風寒)이 들어와 축농증이 생겼을 때는 추위를 느끼고 바람을 싫어하며 입은 마르지 않다.

그리고 몸이 전체적으로 허약하면서 특별한 다른 동반 증상이 없다면 이 때는 원기가 부족하여 생긴 축농증일 수 있다.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코에 고여있는 농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축농증과 함께 나타나는 다른 증상들을 살펴보고 진맥으로 확진하여 축농증의 근본원인을 찾는데, 이렇게 병근을 찾아 들어가는 치료의 장점은 무엇보다 재발 없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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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