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를 방문 중인 존 켈리(오른쪽) 연방 국토안보부 장관은 23일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켈리 장관은 이날 멕시코 고위관리들과의 회담 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민자들 단속 과정에 군병력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AP)
경미한 위법 기록 드러날까 ‘전전긍긍’
아이들과 생이별 걱정에 밤잠 설쳐
한국 갈까? 캐나다로 갈까? 최악경우 대비도
“요즘은 일하러 운전할 때도 위반 티켓 받지 않으려 조심조심 합니다. 아내는 아이들 학교 보내는 일이나 마트에 장보러 가는 일 말고는 외출도 삼가고 있어요.”
퀸즈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50대 불법체류자 김모씨 부부의 일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에 온 지 15년. 그동안 남편은 건축업에 종사하고 부인은 아이 양육에 전념하며 불체자란 신분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불체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발표 이후부터는 자다가도 깨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이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생이별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 나이에 한국에 돌아간들 무슨 일을 하겠어요? 추방되면 우린 가족은 끝입니다.”
존 켈리 연방국토안보부 장관의 이민단속 시행 지침이 발표된 후<본보 2월22일자 A1면> 한인 불체자들의 하루 하루가 온통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행정명령과 이번 이민단속 지침을 통해 대대적인 불체자 단속 및 추방 작전을 본격 예고하면서 한인 이민사회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인 이민변호사 사무실이나 민권센터 등과 같은 이민옹호 단체들 사무실에 한인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질 않고 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민권센터의 한 관계자는 “반이민 행정명령 이후 쉴새 없이 전화 문의가 걸려오고 있다”며 “신분 문제도 물어보고, 추방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자녀들은 또 어떻게 되느냐 등 걱정과 고민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인 불체자들이 이번에 발표된 이민단속 지침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워 하는 건 기존에는 기소된 불체자만 추방한 것과 달리 앞으로는 기소가능한 모든 범죄를 저지른 불체자가 모두 대상이 된 점이다. 단순한 절도나 무면허 운전, 교통사고 등 아무리 작은 경범죄로 적발되더라도 추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더욱 몸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는 게 한인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이민 온 지 12년이 됐다는 박모씨는 “사소한 법 위반에도 추방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단속에 걸리지 않게 매사 조심하고 있다. 아내는 신분이 드러날까 봐 병원 가는 것 조차 꺼리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공포 속에 떨면서 살지 모르겠다. 차라리 한국으로 귀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푸념했다.
한인 불체자들의 더욱 큰 고민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불체자 추방강화 조치에도 마땅히 세울만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추방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미국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한인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50대 이모씨는 “만약 걸려 추방되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라면서 “지금이라도 1년이면 영주권이 나온다는 캐나다로 가서 일자리를 알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답답한 속마음을 내비쳤다.
한인 변호사들은 “불법 체류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시행되고 추방이 현실화되면 한인사회의 피해가 커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아직까지는 추방 대상자나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기 때문에 당분간 조심하면서 좀더 지켜봐가며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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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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