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늦은 나이에 무슨 시험공부를 하라나요? 이젠 눈도 침침하고, 금방 들은 것도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데, 생고생을 하라하네요. 그냥 이대로 숨죽이고 살다가 조용히 떠나면 안 될까요?"
미국에는 그동안 시민권 없이도 차별 대우 받지 않고, 별 탈 없이 살아오신 많은 영주권자 할머니들이 계신다. 그런데 요즘 시민권을 속히 취득하라는 은근한 압박을 사위, 며느리, 아들, 딸들로부터 받으시는 것 같다. 왜 착했던 자식들이 연로하신 할머니를 갑자기 못살게 구느냐? 영주권자 할머니께서 무슨 높은 벼슬을 하신다고, 고운 흰머리 대머리 만들 이 과거 시험을 치르시라고 눈치를 주는가? 그 이유를 살펴본다.
[1] 메디케이드. 긴 세월동안 영주권자 할머니들께서는 큰 어려움 없이 장기 간호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으셨다. 간병인이 필요하셨던 분은 홈케어, 치매 예방이 필요한 경우는 성인 데이케어, 시니어 요양호텔을 희망하셨던 분은 어시스트 리빙, 도움이 더 필요하셨던 분은 너싱홈 혜택을 받으셨다.
영주권자 할머니들께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뉴욕주가 시니어에게 관대한 주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2001년 뉴욕주 고등법원이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를 차별하지 말고 메디케이드 혜택을 베풀라는 판결을 내린 후부터는, 어깨피고 동등한 대우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산이 삭감되면,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 조건이 까다롭게 변할 수도 있고, 메디케이드 페널티가 10년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가 영주권자 할머니보다 시민권자 할머니를 우대하라고 정책을 내렸다.
[2] 상속세 및 증여세 무제한 면제 혜택. 미국 상속세법과 메디케이드법에는 시민권자 부부를 일심동체로 보는 오랜 전통이 있다. 따라서 할아버지가 돌아가면서 큰아들에게 전 재산을 남겨 주면 상속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도, 시민권자 할머니께 모두 남겨 놓았으면 상속세는 없다. 생전증여도 마찬가지이다. 아들에게 집을 넘겨주거나, 아들 명의를 더하면 여러 세금 문제들을 고려해야 하지만, 시민권자 할머니께 넘겨드리면 복잡한 세금 문제가 비교적 간단해 진다.
그러나 영주권자 할머니들은 차별 대우를 받는다. 영주권자 할머니에게는 상속세, 증여세 무제한 면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현행법상 상속세 평생 면제액이 높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주권자 할머니는 담당 회계사께 골치 아픈 세법 문제를 안게 될 수 있다. 또한 온갖 복잡한 법들이 앞으로 개정되면 어떻게 되는가? 영주권자 할머니는 시민권자 할머니보다 걱정이 더 많다.
[3] 영주권 스폰서 자녀에게 튀는 불똥? 그동안 여러 자녀들이 어머니를 미국으로 초청하면서 연방 정부에 각서를 써서 제출했다: “어머님 미국 입국을 허락해 주시면, 저희가 어머님의 재정 보증인으로 책임지겠습니다." 입국 후 어머니들은 영주권자가 되시고 연세가 높아지면서 몸도 약해지셨고, 장기 간호 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되신 경우도 많다. 기억할 점은, 법적 이론상 정부가 스폰서 자녀들에게 할머니를 위해 지불한 메디케이드 의료비용을 환불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뉴욕과 같이 너그러운 주의 경우 이러한 각서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미래에 문제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예산이 축소되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메디케이드 저당권이나 클레임이 증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물론 갑자기 편찮아지신 부모님 모시는 것은 자녀의 도리이고, 약속은 마음 변치 아니하고 지켜야 한다. 그러나 영주권자 할머니는 혹여 자식들에게 민폐 끼칠까 마음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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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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