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로 탄핵 재판소가 양측의 최후 변론을 들은 후 재판관들이 평의에 들어갔다. 최종 판결을 내리는데 통상 2주 정도 걸린다고 하니까 3월 10일경 판결이 날 것이다. 재판관들은 휴일인데도 출근하여 자료를 검토하고 매일 평의를 열면서 최종 판결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은 판결을 내리는데 왜 2주씩이나 필요할까 하는 것이다. 여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탄핵은 당연히 인용되어야 한다. 국민의 80%가 박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 재판소 법관들은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탄핵을 인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숙고하고 있고 법관들이 격론을 벌였다는 보도도 있었다.
다수의 언론과 국민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재판관들이 숙고한다는 것은 다수가 주장하기 때문에 당연히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말해 준다. 다수를 따르는 것은 민주주의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원리이지만 다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왜냐하면, 다수가 항상 진리와 정의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 땅 앞에 도착했을 때 열 두명의 정탐꾼을 보냈다. 열 두명의 정탐꾼 중 열 명은 가나안 땅 정복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했다. 그 땅의 성은 너무 견고하고 그 땅 사람들은 장대 같이 키가 큰 거인이어서 그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들은 메뚜기 같은 존재라고 했다. 다수의 정탐꾼에 선동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자신들을 그 상황까지 몰고 왔다고 하면서 모세를 원망했다.
그러나 열 두명의 정탐꾼 중 두 명은 가나안 땅을 점령할 수 있다고 했다. 하나님께서 그 땅을 자신들에게 주실 것이다라고 하면서 가나안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들 두 사람은 하나님의 약속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에 선동된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돌로 치려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를 거부한 출애굽 1세대는 40년 동안 광야를 떠돌다가 모두 광야에서 죽었다. 그들의 후손들이 40년 후에 가나안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들도 소수의 의견을 따랐다면 점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함정에 빠졌던 출애굽 1세대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길 거부하여 안타깝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차지할 기회를 놓쳤다.
3.1절을 맞이해 서울에서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그동안 숫적으로 열세에 있었던 태극기 집회에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지난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500만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우리가 다수이기 때문에 우리가 옳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숫자가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 진리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다. 헌법과 법률 조문이 박 대통령 탄핵 소추 청구와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놓고 지금 여덟 명의 재판관들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판결이 나오면, 그 결과에 절대적으로 승복해야 한다.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탄핵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혁명이 일어난다” 거나 “탄핵이 기각되지 않으면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다” 와 같은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놓고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혹시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우리 조국도 40년 광야 생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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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승룡 목사, 볼티모어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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