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면서 꾸부정한 허리에 다리를 땅바닥에 끌 듯이 걸어가는 노인을 볼 때마다 저 노인도 한때는 생기 넘치는 아름다운 봄이 있었고 강렬하고 열정이 넘치는 여름, 또 풍요로운 가을의 별도 있었겠지 하는 마음으로, 머지않아 닥쳐올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한 번 더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렇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라서 죽는다. 노화는 세포의 생성보다 사멸이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늙음이 곧 죽음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가운데 몇몇 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세포의 분열로 새로 태어나고 일정기간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다 제 맡은 일을 다 하면 죽는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세포가 태어난다.

한 개체가 삶을 유지하는 것은 그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탄생과 죽음을 계속 반복하기 때문이다. 80일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그 반이 죽고 죽은 만큼 새로 생긴다고 한다. 80일이 지나면 내 몸의 반이 새로운 세포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니 신입고출(新入古出)의 철학을 바로 내 몸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사람은 몇 살부터 노화가 시작되는 것일까? 정답은 없다. 천수를 누리다 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40대에 죽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25~35세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어떤 극단적인 사람은 8세부터 늙음이 시작된다고도 한다. 아무튼 장수는 모든 인류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지는 해를 붙잡을 수 없듯이 늙음이란 저항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이기도 하다. 노화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체력의 저하, 체중감소, 심장이나 신장기능 저하 등의 결과이다.

뇌는 신경계의 모든 세포를 의미하고 근육도 영구세포에 가까운데, 이렇게 한번 생기면 새로운 세포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뇌나 심장 같은 영구세포에서 노화가 특히 빨리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개체는 그만큼 빨리 늙는다고 한다. 노화나 수명은 내적요인 즉 유전적 특성에 의해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항상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고 살면 가계에 관계없이 명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늙음으로 생기는 신체변화를 간추려보면 늙으면 진피가 얇아져서 피부의 탄력성이 줄고 쇠가죽처럼 거칠어지는데 이것은 피부세포만이 아니라 모든 세포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것으로 세포에 콜라겐이 축척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면역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히 가슴샘 (흉선)이 퇴화하여 림프구가 분화되지 못하고 따라서 항체가 생성되지 못하는 것 또한 늙음의 중요한 원인이요 결과이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도 면역기능 저하(혼란) 때문에 발생한다.

동맥의 탄력성이 줄고 좁아지면서 심장의 노화를 가져오고 이로 인해 혈압이 올라가는 현상도 수반된다. 또 사람이 늙으면 피하지방조직이 얇아져서 체온 유지가 어렵다. 조골세포는 약화되는 반면 파골세포가 득세하여 뼈가 약해지므로 골다공증은 물론 뼈가 쉽게 부러진다. 관절사이를 채우고 있는 관절 윤활액이 적어져서 관절염이 빈발하고 골격근의 근섬유도 위축되어 뼈에는 근육만 남게 된다.

허파에서는 결합조직이 발달하여 허파의 수축과 이완이 불량해지므로 폐활량이 감소하고 폐포의 수도 줄어들게 되어 감기와 폐렴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소화관과 부속샘도 퇴화하여 소화액의 분비와 운동능력이 저하 된다.

위(胃)의 경우도 60세가 되면 원래기능의 75%만 발휘할 수 있다한다. 콩팥에서도 기본단위가 되는 네프론이 감소해 배설기능이 저하된다.

사람에게 주어진 절대시간은 똑같지만 그 시간의 활용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하늘이 주신 우리의 명(命)도 아끼고 다듬고 잘 간수하면서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생각하며 늙어도 언제나 어린이의 마음으로 작은일에도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을 잃지말고 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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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권<문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