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8일은 1997년에 동양정신문화연구회의 첫 강연이 있었던 날부터 20년이 되는 날이다. 노자의 도덕경으로 시작됐던 강의는 장자를 거쳐 이제 논어 강의로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불확실성 밖에는 확실한 것이 없는 이 시대에 순수학술강좌모임으로써 이 기나긴 세월에 한결같이 연면(連綿)한 전통을 이어온 것은 특기할 사실이다. 더구나 한국도 아닌 이역만리 워싱턴에서 이런 높은 수준의 교양강좌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곳에 사는 워싱턴 동포들에게 하나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단한 성취가 가능했던 것은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비교종교학과장으로서 연구 및 교수의 바쁜 업무 중에 매월 일 회 강좌를 맡아온 노영찬 교수의 가르침에 대한 열정과 헌신, 창립 이래 지금까지 연구회를 위해 온갖 지원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조영래 이사장과 김면기 회장 이하 창립멤버들과 임원진, 그리고 남다른 학구열을 가지고 배우고 깨닫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강의실에 나오는 회원들이 삼위일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2,500년 전의 동양의 고전을 21세기에 공부하는 것은 자칫 시대와 너무나 동떨어진 헛된 노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인간적으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인간실존의 문제는 그 옛날에도 절실했던 것이어서 성현들은 평생을 바쳐 그 답을 추구했던 것이다. 서구문명이 인간세계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게다가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이 21세기에 인간이 스스로의 존엄성과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동양의 고전의 가르침을 통해 인간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주체적 인생관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고전을 공부한다고 하면 흔히들 고서(古書)의 고리타분한 주석(註釋)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전의 가르침을 현재의 시각에서 새로운 차원의 해석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우리가 대처해야할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다.
노 교수의 논어 강의는 단행본으로 나와 있는 해설서들이 거의 한문문장의 번역에 그치다시피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층해석과 분석으로 이루어진다.
한두 문장에 대한 강의에 2시간 가까운 시간이 어느 덧 흘러가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을 정도이다. 모임의 명칭은 오직 중국의 고전만 공부하는 모임인 듯한 인상을 주지만 강의를 듣는 회원들은 전공이 비교종교학인 노 교수의 성경을 비롯한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종횡무진하는 해박한 가르침에 빠져들게 된다. 우리 속담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와 비교종교학의 선구자인 막스 뮐러의 경구(警句) ‘하나의 종교만 아는 사람은 그 하나의 종교도 모른다’를 인용하는 노 교수는 자유로운 사고로 진리의 다원성을 포용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道)를 찾아가는 길에 나선 회원들이 깨달음에 닿기 위하여 부화하는 병아리가 알을 안에서 쪼고(줄 啐) 깨달음을 돕는 길잡이로서 노 교수가 밖에서 어미 닭과 같이 쪼는(탁 啄) 줄탁동기(啐啄同機)의 아름다운 이 모임의 전통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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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영 신장내과 전문의 게인스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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