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러나 탄핵 인용판결은 위헌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가 소추 절차를 무시하고 탄핵소추를 가결한데 대하여 헌재는 “국회의 의사절차 자율권”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소추절차가 잘못된 사실은 재판관들도 인정하는 모양이다. 절차상의 결격 사유는 묻어둔 채, 삼권분립 원칙에 의해서 국회의 진행절차에 관해서는 헌법 재판부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뿌리는 미국 헌법이다. 한국의 헌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 대법원의 판례를 주시해야 한다. 2대 대통령 존 아담스의 임기말과 후임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임기초에 일어난 행정부와 의회 간의 분쟁에 있어서 미 대법원은 마버리(Marbury v, Madison, 5 U.S. 137 (1803)) 케이스에서 “사법부는 국민과 의회의 중간 기구로써 후자가 그들에게 부여된 권한의 한계(the limits assigned to their authority)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한 기구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역할을 정의한 케이스다. 법원이 입법부의 입법활동이 아닌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감독권을 확립한 케이스다. 후세는 이것을 ‘사법부의 감독권(Judicial review power)’이라 부른다. 불법적으로 소추된 탄핵청구는 헌법 재판소 문턱도 넘을 수 없는 솟장 이었다. 이번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는 절차상의 문제로 각하(Dismiss)했어야하는 사건이었다.
둘째, 재판관은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미국의 배심원 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을 요하는 제도와 같은 그런 기구가 아니다. 미국의 형사재판에서 피고의 유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배심원 전원일치의 유죄평결을 요한다. 담당판사는 배심원을 불러놓고 일치된 평결을 내놓으라고 독려한다. 일치된 평결(Verdict)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담당판사는 사건의 무산(Mistrial)을 선언한다.
만장일치의 평결을 내 놓아야할 의무를 갖는 배심원도 일치 평결을 내놓기가 힘든 과제인데 8명의 독립된 기구로서의 재판관이 불법적으로 소추된 탄핵안을 만장 일치로 인용했다는 자체에 국민은 많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배심원 일치평결을 위해서 숙의(Deliberation) 하는 것과는 달리, 재판관들은 독립된 기구답게 각자의 탄핵 찬반 의견을 동료 법관과 타협해서는 안된다. 다만, 증거채택 여부 등 절차상의 이슈만 논의할 수 있다. 독립 기구로서의 소명을 위해서다.
미국의 판례를 보면 분열된 여론을 반영하듯 대법관의 찬반 투표에서도 그렇게 나타난다. ‘동성결혼(Gay marriage) 케이스(Obergefell v. Hodges, U.S. _ (2015))’ 는 5대4의 판결로 종결됐다. 동성결혼의 이슈는 한국의 이번 탄핵에 대한 찬반여론 만큼 극렬하게 대립되었던 사건이다. 낙태는 산모의 권한임을 확립한 ‘로우 케이스(Roe v. Wade, 410 U.S. 113 (1973))’ 는 그 당시 여론을 반영하듯이 7대2의 판결로 산모권익의 승리로 종식됐다.
셋째, 재판관은 본인의 정치적이나 종교적 신념으로 투표해서는 안된다. 헌법에 충실한 투표를 해야 한다. 재판관은 언론, 검찰의 수사기록 내지는 공소장 등에서 얻은 지식으로 판결해서는 안된다. 이것들은 모두가 전문(Hearsay)이기 때문이다. 재판을 진행하는 법정 밖에서 이루어진 모든 진술(Statement)은 전문으로써 재판에 사용될 수 없다는 기본 법칙과 피의자의 고의는 형사(법률 위반)사건의 불가결한 요소라는 근본법리를 무시한 선고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사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리에 입각한 법치 민주주의 근본이 파괴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703)658-8855
intaklee@intaklee.com
<
이인탁 변호사/ 페어팩스,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