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60세전후 나이에 있는 분들은 예외 없이 ‘오후반’이라는 걸 안다.
학생은 많고, 교실은 부족했다. 2부제 수업, 즉 1·2학년은 너무 어리고, 5·6학년은 수업이 많고 해서 주로 3·4학년을 대상으로 점심을 먹고 나서 학교를 나오게 했던 제도이다. 선생님 숫자도 충분치가 않았는지 수시로 오전, 오후반이 바뀌기도 해서 숱한 에피소드가 생긴다. 그 중에서도 일요일 날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아침인 줄 알고 지각했다고 생각하고 학교에까지 달려갔다가 아무도 없는 학교에 도착해서야 ‘미몽(迷夢)’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작년 가을 이후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글 쓰는 일‘들이 조금 무의미해져 버렸다.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평소와는 달리 너나없이 비판 글들을 쏟아내 놓으니 거기에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고, 이제 그런 글들이 뭐 특별할 것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건의 초기인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처음에 국민들은 ‘하야’ 하라고 했다. 이미 그 잘못의 크기를 알았기 때문에 그 길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한쪽에서는 ‘촛불은 금방 바람에 꺼질 것이다’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열대 맞을 것을 백대 맞고 내려오게 될 것이다.’ 국회, 탄핵, 헌재, 구속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나의 눈에는 ‘국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구속이 되는 마당까지 와서도 사태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지지했거나 심정적으로 응원을 보내려는 사람들마저도 이제는 어리둥절해 하는 듯하다.
사건 초기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에게 많은 국민들은 연민을 느꼈었다. 물론 지금도 남아있는 극소수분들은 ‘옥체, 환궁, 궁궐, 사약’등의 시대에 맞지 않는 용어들을 써 가면서 여전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 분들 중에는 ‘계엄’, ‘죽이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반사회적 용어를 써가면서 수많은 후진국형 계엄 발동 기회(?)를 살리지 못함을 통탄해 하는 듯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6.25 이래로 가장 위태로운 시국’ 이라고 했지만 국군은 정위치해 있고, 국민들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국가와 국민은 건재하고 건강해 보이기까지 하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헌법재판소의 풍경은 그저 낯설고 코믹하기까지 했다. 도저히 대통령을 변호하는 분들 같지도 않았고 오히려 일을 더 어렵게 만들려고 작정하는 분들 같았다. 또 다시 주변 분들이 미웠고, 박근혜 대통령이 불쌍해 보였다.
어떻게 해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주변이나 가까운 분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야기들을 해 왔을까, 20차에 걸친 1,600만 명의 촛불마저도 단 한사람의 ‘미몽’을 깨우는데 부족했다는 말인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적는 자는 생존한다.’ 영상으로 보이는 국무회의 장면에는 그런 모습이 고스란히 보였다. 단 한마디라도 발전이나 건의를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는 그런 분위기. 그냥 최순실에 의해 쓰여진 글들을 받아 적는 자들만 남아 있었다. 그런 받아 적은 기록 때문에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변호한다는 사람들까지도 여지는 없었던 듯하다.
심지어 이런 착잡한 심정이 전해질 리도 만무할 것 같다.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꿈을 대신 꾸어 줄 수 없듯이 그 꿈을 깨는 것도 결국 자신이어야 함이 다시한번 증명되고 있다.
<
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