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성을 지니고 태어나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또한 남보다 뛰어나고, 인정받고, 칭찬을 받기 원한다. 그러나 간혹 이 유혹을 훈련에 의해 뛰어넘어 다르게 사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인생 여정에서 이러한 분들을 만나서 배우고, 교제할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다.
기독교의 근본 교리가 예수의 대속의 죽음과 부활이라면, 그 근본정신은 하나님이 보여주신 무조건적 사랑이다. 예수를 영접하고 그의 제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평생 과제가 있으니 곧 자기를 부인하는 무단한 연습이다. 때로는 ‘자기 포기’, ‘내려놓음’, 혹은 ‘마음을 비움’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존경받던 고 김수환 추기경도 이것이 가장 힘든 평생 과제라고 했다.
예수는 먼저 자기를 부인하고 그를 좇으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를 좇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이신 그는 본인은 섬기는 종으로 이 세상에 왔고,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등 많은 역설적 가르침을 주셨다.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뉴저지의 장애인들을 섬기는 밀알선교단의 K 목사를 만나서 같이 예배드리고, 많은 대화를 했다. 그는 신학교 1학년 때부터 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고 섬겨왔는데, 지금까지 37년을 계속하고 있다.
같은 비전을 품은 여성을 신학교 때 만나고, 지금은 부부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역하고 있다. 가슴을 터놓고 대화하는 가운데, 그도 때로는 지쳐 힘들고, 회의가 들기도 하고, 오해도 많이 받아 심지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진솔하게 말한다.
신학을 전공한 깊은 영성의 K 목사도, 소위 성공한 목회자, 능력 있는 목회자로 알려지고, 세상의 박수갈채 받고 싶은 마음이 왜 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사역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이란 믿음’으로 이겨내고, 아내를 비롯하여 이 사역에 사랑으로 동참하는 헌신적 봉사자들이 있기에 낙심이 될 때도 새로운 힘을 받게 되고, 사역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이 있기에 지금까지 달려 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K 목사의 “밀알선교단은 널리 광고하기도 힘들고, 또 알리지 않기도 힘들다”는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사역이 너무 널리 알려지면 자칫하면 자기의 헌신과 그 사역을 통해 박수갈채 받고 인정을 받으려는 세상적 유혹과 싸워야 되고, 사역을 알리지 않으면 봉사자, 후원자들이 모이지 않으니 사역을 홀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 항상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기 부인’을 위한 끊임없는 연습이 느껴져, 많은 배움과 도전을 받는다.
예수의 제자들에게, 특히 개교회의 목회자, 영적 지도자들에게 자기 부인은 가장 처절한 영적 훈련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대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상반되는 소위 성공한 목회자,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또는 능력있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고, 세상의 인정을 갈망하는 지도자들로 가득한 세상인 것 같다.
예수는 약한 자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했고,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친 것은 꼭 개개인의 신자들에게만 해당이 될까? 이 말씀은 신자들에게만이 아니라 개 교회에도 똑같이 해당된다고 본다. 개교회도 이웃교회의 재정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 형편이 못되어 단기선교도 못가는 소위 소형교회를 나 몰라라 하고 눈과 귀를 막고 본 교회에만 관심을 쏟는다면 그것은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자기 부인이 아닌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예수의 제자들에게는 ‘자기 부인’은 선택이 아니라, 절대 어길 수 없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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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효 전 FDA 약품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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