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이면 내가 세계은행에서 일한 지 어느새 16년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매년 봄과 가을 총회를 갖는다. 공식 회의는 금/토/일 사흘이지만 본 회의 전후로 다양한 모임과 행사가 벌어진다. 올봄 총회는 4월 20~23일로 그 주 월요일인 17일부터 매일 다양한 주제, 다양한 형식으로 포럼이 열린다. 금융, 경제뿐 아니라 환경, 도시, 기술혁신, 시민사회, 여성, 아이, 청소년 등등의 주제로, 회의 연설과 토론 중재, 토론발표를 위해 세계은행과 IMF뿐 아니라 전 세계 학계, 정부, 민간기업 시민단체의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올봄 스케줄을 보니 일주일간 총 72개의 행사가 있다.
눈을 크게 뜨고, 16페이지에 달하는 그 스케줄을 꼼꼼히 들여다보아도, Jim Yong Kim이라는 한국인 2세 미국인인 세계은행 총재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한국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아시아 출신으로 몇몇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이 발표자에 들어있고, 아프리카, 유럽, 남미, 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 그야말로 전 세계의 주주총회인 셈이다. 그런데 그중에 한국인은 하나도 없다니!
토론 참석자 중에 기업인들이 몇몇 있는데, 그 중 ‘영양: 인적 잠재력과 경제적 성장’이라는 주제의 토론에 인도기업 타타(Tata) 그룹의 회장인 라탄 타타(Ratan Tata)가 있다. 올해 80세인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타타 기업을 국제적 그룹으로 키운 인물로, 그 스스로 “민중차(The People’s Car)”라고 부르는, 세계에서 가장 싼 2천불 대 타타 나노 차를 만들어 보급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조국 인도에 대한 내 꿈은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장점을 발휘할 평등한 기회를 갖는 것이다.”고 했다. 그의 이름을 스케줄에서 보는데, 한국의 롯데, SK, 삼성 등의 재벌 2세가 떠올랐다. ‘그들의 꿈은 무엇일까?’
눈길을 끈 또 다른 참석자 이름은 사바 이스마일(Saba Ismail)이다. 파키스탄에서 여성 교육 및 인권을 위해 ‘어웨어 걸즈(Aware Girls)’라는 단체를 30년간 이끌어온 여성이다. 이번 총회에서 ‘오늘의 청소년에 대한 투자가 미래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제목으로 김 용 총재와 멜린다 게이츠, 영국의 내무부 장관, 캐나다의 내무부 장관과 함께 토론한다. 설립 당시 15세로 한 살 위인 그녀의 언니 굴라라이(Gulalai)와 함께 성차별에 대항해 남녀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데, 며칠 전 한 신문에서 읽은 기사 생각이 났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는데, 30여 명의 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자 백수’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모든 인간은 꿈꾸는 존재다. 누군가가 내게 이 순간 “네 꿈은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무얼까? 앞으로 이런 세계의 주주총회에, 한국인도 세계의 모든 사람과 자랑스럽게 나눌 수 있는 꿈을 애써 이룬 이가 많아져서 당당히 세계의 주인행세를 할 수 있기를 꿈꾼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존 레넌이 ‘혼자 꾸는 꿈은 꿈에 그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었다. 나의 꿈을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어 이 꿈이 곧 현실이 되기를 꿈꾸며,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나의 꿈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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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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