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한인사회에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던 4.29 폭동이 일어난 지 25년이 되는 날이다. 악몽 같은 폭동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데 벌써 사반세기라는 긴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미국역사에까지 오점으로 남은 4.29의 비극은 사회적인 갈등 속에서 힘없는 소수민족은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폭동의 상처는 깊었고 그 후유증은 오래 계속됐다. 폭동으로 꽃 같은 한인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약탈과 방화로 한인사회는 5억달러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가 복구되고 외형상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 보이지만 폭동이 남긴 고통이 너무 컸던 까닭에 당시의 상흔은 아직까지도 많은 한인들 가슴 속에 원형처럼 남아 있다.
폭동은 비극이었지만 한인커뮤니티는 이를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정치력 없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폭동을 계기로 한인들은 열심히 정치적인 힘을 모았다. 그리고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한인사회 최초로 데이빗 류 LA시의원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각성이 가져다 준 결실의 하나였다.
또 폭동이 지나간 후 한인커뮤니티가 한·흑간 이해를 높이기 위해 쏟아온 노력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의 열정이 조금씩 시들해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침 폭동 25주년을 맞아 다민족 화합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 것은 그래서 반갑다. LA한인회를 주축으로 흑인 및 라티노 커뮤니티와 인종화합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상임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은 특히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아무쪼록 이 계획이 건강한 커뮤니티 관계를 세워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해주길 당부한다.
2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4.29 폭동을 기억하는 세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폭동의 교훈을 커뮤니티의 미래 자산으로 삼으려면 비극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교훈을 전승해줄 기록보존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폭동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전시할 만한 변변한 공간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폭동 25년은 이런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치적 힘을 모아 왔듯이 폭동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에도 커뮤니티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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